반도체·디스플레이도 '코로나19 영향권' 우려 커진다

입력 2020-02-19 16:46   수정 2020-02-19 18:22

반도체·디스플레이도 '코로나19 영향권' 우려 커진다
애플 실적악화 경고 계기로 공급차질로 인한 수요둔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최재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비교적 영향이 적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도 사태 장기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공급 충격에 따른 가격 상승'이란 긍정적 영향이 부각됐다.
그러나 애플이 중국 생산이 차질을 빚어 1분기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계기로 '공급 차질에 따른 수요 둔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반도체공장은 '정상가동'…스마트폰·노트북·TV 등은 생산 차질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자동화된 특성에 따라 반도체 공장들은 춘제(春節) 기간에도 가동률을 낮추지 않고 최소 인원으로 정상 운영해왔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에 있는 반도체 공장들이 소재도 재고를 상당량 비축했기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 코로나19 영향은 아직 없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측면에서도 아직은 코로나19 영향이 확실히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반도체 분야에선 지금까지 공급과 수요 모두 코로나19에 따른 악영향은 크지 않고, 오히려 2분기 이후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주목됐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TV 등 세트 공장의 가동률 저하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가 점차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톈진(天津) TV 공장도 긴 연휴 끝에 19일부터 재가동을 시작하는 등 세트 업체들이 대부분 가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동률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춘제 이후 자가 격리 인원 등에 따라 인력 복귀가 제한적이고, 확진자나 격리 인원이 추가로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급망 충격에 따라 트렌드포스는 1분기 주요 IT 제품의 글로벌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10.4%)과 노트북(-12.3%)은 기존 전망보다 두 자릿수로 낮췄고, TV는 4.5%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 주요 고객사인 서버 업체들도 중국에서 주로 들여오는 회로기판(PCB) 공급 부족 문제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전자 중국공장의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KTB투자증권 김양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시안 2공장에서는 월 4만장 규모의 낸드 추가 증설 투자가 미뤄졌고, 연내 생산 기여도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장비 제조사 엔지니어들의 철수와 물류환경 따른 장비 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당초 생산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LCD 판매가격 올랐지만…디스플레이 불확실성도 커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사업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애초 시장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공세를 펼치던 중국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춘제 연휴가 연장된 여파로 LCD 판가가 상승한 효과가 부각됐다.
따라서 코로나19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호재로 평가됐지만, 장기화하면서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환에 주력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034220]는 수율 문제로 가동이 지연됐던 광저우 OLED 공장의 양산 시점을 올해 1분기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양산 시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코로나19 여파로 광저우 OLED 공장 가동이 재차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KTB투자증권 김양재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신규 증설 투자나 신규 생산시설 가동이 잠정적으로 지연되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양산 차질을 빚었던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 공장도 정상 가동 시기가 2분기로 재차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측은 "광저우 OLED 양산 일정은 현재까지 변동이 없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중국 공장들이 재가동에 돌입했으나 완전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고객사인 중국 업체들이 이번에 입은 타격으로 국내 업체들도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정상 재가동하며 가동률 회복하고 있다"며 "비즈니스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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