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내 대기 결정 아베 정권에 비판 쇄도 "크루즈선 감염 얕봤다"
"하선 허용했으면 일본에 감염 확산했을 것"…일부 옹호론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무더기로 확인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와 관련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검사 완료 승선자 5명 중 1명꼴(19일 기준)로 감염이 확산한 것은 크루즈선의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대응한 일본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 정부가 국경에서 감염자의 입국을 차단하는 것을 중시했으며 "선내 감염 상황을 우습게 본 감을 부정할 수 없다"고 20일 평가했다.
이 신문은 특히 승무원과 관련한 대응을 선장의 판단에 맡겨둬 감염 방지 대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오산"이었다고 분석했다.
승무원들은 욕실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했고 이런 영향 때문인지 18일 기준 감염자가 68명에 달했다.
야스다 지로(安田二郞) 나가사키(長崎)대 교수(바이러스학)는 20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실린 기고문에서 "선내는 원래 폐쇄적인 공간이며 인구 밀도가 높고 감염이 확산하기 쉽다"고 탑승자들을 선내에 머물게 한 조치를 비판했다.
그는 "승무원이 복수의 승객에 대응하기 때문에 담당하는 승객에 감염자가 1명이라도 있으면 감염을 확대할 위험이 크다"며 이번 조치가 선내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규정했다.
야스다 교수는 신속하게 하루에 수천건의 검사를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초기에 감염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해서 대응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미 마사히로(上昌廣) '의료 거버넌스 연구소' 이사장은 "대형선의 관리는 어려우며 감염 확대를 막으려면 하선이 필요하다는 논문이 많이 있다"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요코하마항에 도착한 즉시 탑승자를 내리게 해 증상에 맞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역법이 여행자의 건강과 인권을 생각해 격리를 판단하도록 검역소장에게 큰 권한을 줬으며 검역은 정치 권력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면서 "도쿄올림픽 개최나 지지율 등 잡념이 들어간 정치가가 초법규적으로 사실상 격리를 판단했다"고 아베 정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20일 "무리가 있었던 크루즈선 격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선내라는 폐쇄된 환경에서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에는 대응력이 결정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크루즈선에서의 격리 경위를 앞으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탑승자를 선내에 대기하도록 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와다 고지(和田耕治) 일본 국제의료복지대 교수(공중위생학)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3천700여명에 달하는 이들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을 거론하며 "선내 대기는 어떨 수 없다. 도착 직후 하선을 인정했으면 국내(일본 내) 감염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