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상 반박 회견 뒤 "불편 끼친 분께 사과한다"며 영상 내려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난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일본 정부 주도의 방역이 엉망으로 이뤄져 감염이 확산한 것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던 일본인 전문가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파견의료팀(DMAT)의 일원으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승선했던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郞) 고베(神戶)대학병원 감염증 내과교수는 지난 18일 이 유람선에서 체험한 사실을 토대로 일본 당국의 부실 방역대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그는 14분 분량의 이 영상에서 "엄청나게 비참한 상태로, 마음속으로부터 무섭다고 생각했다"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의료진마저 감염 공포를 느낀 것은 일본 당국의 방역 대책이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타 교수는 한 사례로 위험한 '레드존'과 안전한 '그린존'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이 방역 원칙이지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선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위험하지 않은지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상주하는 감염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고 가끔 방문하는 전문가가 조언해도 당국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일본 당국이 방역 실패를 은폐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언급했다.
이와타 교수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은 19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조회 수가 120만 건을 넘는 등 일본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선 일본 당국이 14일간의 경과 관찰 기간에 음성 반응이 나왔다는 이유로 19일부터 유람선에서 내리게 해 일상생활로 복귀시킨 승객들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타 교수의 동영상과 주장으로 파문이 커지자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후생상)은 19일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관리 전문팀이 선내에 상주하면서 의료 종사자와 승무원의 활동을 지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가토 후생상은 "감염 위험이 높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면서 레드존과 그린존이 뒤섞여 감염이 확산했다는 이와타 교수의 주장에 반론을 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와타 교수는 20일 아침 자신의 트위터에 "불편을 끼쳐 드린 분께는 진심으로 사과한다. 더는 논의를 계속할 이유가 없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일본 정부와 각을 세우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하고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주장을 한 이와타 교수가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스스로 밝혔지만, 이 과정에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자연스레 제기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가토 후생상의 전날 해명을 근거로 이와타 교수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동영상 삭제에 "관여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가 장관은 또 이와타 교수가 재해파견의료팀의 일원으로 배 안에 들어갔지만 별도로 움직이려고 했다면서 개별적인 활동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하선토록 한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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