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공격 선봉…"'살진 계집' 성희롱 발언한 억만장자" 비난
샌더스, 인종차별 비판…블룸버그 "샌더스가 후보되면 트럼프는 재선" 반격
블룸버그 "공산주의 작동 안해"에 샌더스 "비열한 플레이"…미국판 색깔 논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주자 TV토론회에서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다.
작년 11월 말 출마 선언을 하며 후발주자로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블룸버그 전 시장은 그동안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광고와 유세를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패리스 극장에서 열린 TV토론회 신고식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은 5명의 다른 민주당 후보들의 협공에 시달리며 과거 발언과 정책 등에 대한 진땀 해명을 쏟아냈다.
AP 통신과 로이터, NBC 방송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블룸버그 전 시장 공격의 선봉에 섰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워런 상원의원은 그간의 부진을 만회라도 하듯 블룸버그 전 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워런 상원의원은 블룸버그 전 시장의 주력 사업인 경제 전문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 L.P.'의 여직원들이 그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여성을 '살진 계집', '말상의 레즈비언'이라고 부르는 억만장자가 있다"며 "내가 얘기하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블룸버그"라고 전 뉴욕시장을 비꼬았다.
이어 "소득을 숨기고, 여성을 희롱하고, 인종차별적 정책을 지지했던 전력을 가진 사람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은 본선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과거 성희롱 발언 논란에 대해 "끝내자"면서 "내가 말했던 농담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누구도 내가 그 이상의 어떤 것을 했다는 이유로 나를 고소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토론회를 지켜보던 청중석에서는 탄식 섞인 반응이 나왔다.
NBC 방송은 이를 두고 "블룸버그 전 시장이 워런 상원의원이 이끈 공격에 참패했다"고 평가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곧바로 '블룸버그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는 블룸버그의 뉴욕시장 재직 시절 '신체 불심 검문 강화'(Stop and Frisk) 정책을 정조준했다.
그는 "블룸버그는 뉴욕 시장으로서 아프리칸 아메리칸, 라티노를 충격적인 방식으로 추격하는 것을 감독했다"며 "그것으로는 득표율을 올리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신체 불심검문 강화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자 블룸버그 전 시장은 거듭 사과하는 등 인종 차별 논란에서 탈출하려고 애를 썼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정말로 괴로워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단 한 가지 있다"며 "그것은 불심검문 강화가 초래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주자들은 그런 사과로는 충분치 않다고 블룸버그 전 시장을 몰아세웠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불심검문 강화는 혐오감을 자아내는 정책이었다"고 비판했고, 워런 상원의원은 "진정한 사과를 하고자 한다면 그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정책의 의도부터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경쟁자들의 협공으로 코너에 몰리자 자신이 중도 후보임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특히 최근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1위로 부상한 샌더스 후보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그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제안한 전 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은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공약이라고 지적하면서 "샌더스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트럼프는 또 다른 4년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 전 시장은 미국판 색깔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는 샌더스 의원이 내세운 민주적 사회주의를 공산주의와 연결하면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버릴 수 없다. 공산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샌더스 의원은 "비열한 플레이"라며 "미스터 블룸버그, 공산주의가 아니라 민주적 사회주의를 토론하자"고 반발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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