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사막 선사 주거지서 나온 메기 뼈가 증언한 기후변화

입력 2020-02-20 16:27  

사하라사막 선사 주거지서 나온 메기 뼈가 증언한 기후변화
약 1만년 전에는 물고기 살던 큰 강 있었지만 사라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사하라 사막의 선사시대 주거지에서 생선 뼈가 잔뜩 발굴됐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생선을 많이 먹었다는 것을 넘어 지금은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지만 주변에 물고기가 많이 잡히던 큰 강이나 호수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벨기에 자연사박물관의 빔 반 니어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리비아 남서부 사하라 사막 내에 있는 타카코리 암혈(岩穴) 주거지에서 발굴된 동물 화석을 통해 기후변화까지 분석한 연구결과를 미국 공공 과학도서관(PLoS)이 운영하는 오픈액세스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을 통해 발표했다.
타카코리 암혈 주거지가 있는 사하라 타드라트 아카쿠스 산맥은 현재는 뜨겁고, 극도로 건조한 사막이지만 화석 기록들은 홀로세 초기부터 중기(약1만200~4천650년 전)까지는 습하고 물도 풍부해 주변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인간 주거지도 여러 곳 있었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팀은 타카코리 선사 주거지에서 발굴된 동물 유해 화석들을 종류별, 시대별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총 1만7천551점 중 거의 80%를 물고기 뼈가 차지했으며 19%는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이, 나머지 1.3%는 양서류 유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고기 뼈를 비롯한 이 유해들은 대부분 자르거나 불에 탄 흔적을 갖고 있어 인간이 먹다가 남긴 음식물 쓰레기인 것으로 분석됐다.



물고기들은 민물 메기와 역돔이라고도 불리는 틸라피아 속(屬)으로 밝혀졌다.
물고기 뼈 화석은 약 1만200~8천년 전에는 전체의 90%를 차지했으나, 5천900~4천650년 전에는 포유류 유해가 늘며 40%로 줄어들었다. 이는 타카코리 주민들이 물고기잡이에서 사냥이나 가축 사육으로 점차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인데, 물고기잡이가 그만큼 시원치 않은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특히 물고기 뼈 중 틸라피아의 비중이 갈수록 떨어진 데 주목했는데, 틸라피아가 메기처럼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주변에서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건조화가 진행된 증거라는 것이다.
메기의 경우 보조 호흡 기관을 가져 공기 호흡이 가능하고 얕고 높은 수온에서도 생존할 수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세계 최대의 사막 형성으로 이어진 극적인 기후변화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시하고 사하라의 고대 수로망과 나일강과의 연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카코리 암혈 주거지는 아프리카 고고학의 진정한 보고라는 점을 다시 한번 더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타카코리 암혈 주거지는 홀로세 당시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남긴 동·식물상뿐만 아니라 동굴벽화 등 예술품도 다수 발견됐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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