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판 칼럼 게재 영자지에 거칠게 대응…언론인 등 반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비판적 논조의 칼럼을 문제 삼아 최근 베이징 주재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3명을 사실상 추방한 가운데 네팔에서는 중국대사관이 현지 언론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주네팔중국대사관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이날 영자 매체 카트만두 포스트에 실린 칼럼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대사관은 해당 칼럼이 의도적으로 중국 정부와 국민을 비방했고 악랄하게 중국의 정치체제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대사관은 카트만두 포스트의 수석 에디터인 아누프 카플레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그는 언제나 중국 관련 이슈에 편향적이었으며 반중국 세력의 앵무새가 됐다"고 비판했다.
또 자신들에게는 후속 조치(further action)에 대한 권리가 있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사관이 주재국 언론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칼럼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국대사관은 '중국의 비밀유지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제목의 칼럼을 문제 삼았다. 카트만두 포스트는 칼럼과 함께 중국 100위안짜리 지폐 속 인물인 마오쩌둥(毛澤東)이 마스크를 한 그래픽 이미지도 실었다.
카트만두 포스트는 이 칼럼이 앞서 '아시아 뉴스 네트워크' 소속인 한국의 한 영자지에 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칼럼은 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가 지난 13일 시카고트리뷴에 실은 것으로 한국 영자지도 이를 게재한 것이다.
중국대사관의 공격적 성명에 카트만두 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정면 대응에 나섰다.
카트만두 포스트는 19일 자 사설에서 "중국대사관은 자사의 수석 에디터를 폄하하면서 위협적인 언어를 썼다"면서 비외교적인 중국대사관의 태도는 비난받을만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대사관의 행동은 네팔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네팔의 다른 매체 에디터 17명도 공동 성명을 내고 중국대사관의 태도를 비난했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인 '프리덤 포럼'도 "네팔은 민주주의 국가로 헌법에 의해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다"며 "중국대사관의 성명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팔은 인도의 오랜 우방이었지만 중국이 지난 몇 년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을 앞세워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와중에 중국은 네팔에서 티베트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는 점 등 자국 정체성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은 1950년 티베트를 침공해 병합했으며 티베트의 독립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