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고려' 호주 경관 말에 비난 여론…경찰청장 공식 사과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호주에서 차에 불을 질러 아내와 세 자녀를 숨지게 한 남편의 상황도 '열린 마음'으로 본다는 한 경관의 발언에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경찰청장이 나서서 직접 사과했다.
21일(현지시간) 호주 전국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카타리나 캐롤 퀸즐랜드주 경찰청장은 가해 남성의 상황도 고려하자는 마크 톰슨 경관의 발언은 희생된 여성에게 가정폭력의 책임을 묻는다고 오해될 소지가 있다며 공식 사과의 뜻을 표했다.
지난 19일 아침 브리즈번 캠프 힐의 한 도로에서, 전직 럭비선수인 로완 백스터가 별거 중인 아내 한나와 어린 세 자녀가 탄 차에 불을 질러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살한 참극이 벌어졌다.
사건 직후 죽은 한나의 친척에 의해, 그녀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 끝에 작년 말 자녀들과 함께 친정 부모에게 피신한 사실이 알려졌다.
또 지난 1월에도 로완의 폭력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자녀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아온 것도 드러나 호주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을 담당한 톰슨 경관이 20일 기자회견에서 가해 남성과 그의 행동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실언을 한 것이다.
그는 "이미 하나의 관점으로 결론을 짓고 이 수사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겠지만, 모든 정보와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여인과 아이들이 살해된 것인가?' 아니면 '남편을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세운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로완을 동정하는 듯한 톰슨 경관의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가정폭력 추방 운동 단체인 레드 로즈 재단의 베티 테일러 대표는 "그의 발언은 폭력의 희생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한나가 한 어떤 행동도 그의 비극적 죽음을 초래한 합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캐롤 경찰청장은 "톰슨 경관이 사용한 부적절한 표현과 언어에 대해서 사과한다"면서 "사실 확인을 위한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다 나온 실수인데, 그 자신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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