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글로벌 생산·소비 거점인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이고, 국내에서도 최근 전국으로 감염이 확산하면서 경제가 받는 충격이 커지고 있다.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가 타격을 받아 국민경제 전반이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상황의 엄중함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4월 총선에 매몰돼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되는 법안 처리에 관심이 없다. 민간 경제를 이끌어야 할 기업들은 실적 악화와 가늠할 수 없는 불투명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리더십을 발휘해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취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고 기업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월 1∼20일 하루 평균 수출이 9.3%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조기 진정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내수는 더욱 심각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국민의 일상은 얼어붙었다. 대형백화점이건 재래시장이건 오프라인 유통시장엔 파리가 날리고 지역 축제는 대부분 취소됐다. 여행사들은 20여년 전의 환란 급 경영난이라고 비명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잔인한 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고 있다. 이러다간 정부가 목표로 한 2.4% 성장은커녕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6%로, 무디스는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1.8%로 전망하면서도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수출과 내수 충격을 '비상경제 시국'으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 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금융·예산·세제·규제혁신을 비롯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총동원해 이달 말까지 1차 경기대책 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주문한 '어떠한 제한도 없는 정책적 상상력'이 발휘된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여전히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저하고 있다. 금리 인하도 카드의 하나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등 부작용을 더 걱정하고 있다.
통상적 경제 상황이라면 지표를 근거로 해 파급 효과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거쳐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지표는 후행하기 때문에 이를 추종하다 보면 화급한 국면에선 정책이 실기할 수 있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해법도 전격적이어야 한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는 경제가 하강기였고 지금은 회복기여서 상황이 다르다고 했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메르스 사태 때 경기가 하강기였다고 하지만 지금보다는 성장률이 훨씬 높았다. 메르스 때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지표나 부작용 타령만 할 것인가. 경제의 심폐기능이 급격히 약화하는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기존 정책을 업그레이드한 고만고만한 대책의 백화점식 나열로는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을 것이다. 국가 경제의 동력 유지를 위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과감한 결단, 통 큰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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