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에게 돈 빌린 게 해산 빌미 돼…"현 정권에 정치적 재앙 될 수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헌법재판소가 현 정부 및 군부의 '눈엣가시'인 제2야당 퓨처포워드당(FFP)에 대해 정당법 위반 혐의를 인정, 당 해산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또 FFP 지도부에 대해 향후 10년간 정치 활동도 금지했다.
21일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이날 FFP가 지난해 3월 총선 전후로 타나톤 중룽르앙낏 당 대표로부터 거액을 빌린 것은 위법이라는 선관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타나톤 대표가 총선 전후로 당에 두 차례에 걸쳐 1억9천120만 바트(약 75억원)을 빌려준 것은 정당법 위반이라며 헌재에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법에 따르면 개인은 1천만 바트(약 3억9천만원)가 넘는 돈이나 자산 등을 정당에 기부하거나 주지 못하게 돼 있다.
정당도 이 액수를 넘어서는 출처가 의심스러운 기부금은 받지 못한다.
반면 타나톤 대표와 FFP는 신생 정당이 총선을 치르기 위한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타나톤 대표로부터 투명한 과정을 통해 빌린 돈인 만큼, 위법성은 없다고 반박해왔다.
헌재의 해산 결정에 따라 지난 2018년 3월 타나톤 대표가 설립한 뒤 1년 만인 작년 3월 총선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3당으로 도약, 정치권에 돌풍을 몰고 온 FFP는 약 2년 만에 태국 정치사에서 사라졌다.
또 타나톤 대표 등 총선 이후 사실상 태국 야권을 이끌어 온 당 지도부 16명이 10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당하면서 이른바 '민주화 세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 활동 금지에는 정당 설립, 정당 가입 그리고 선거 입후보 등도 포함된다.
헌재 결정으로 당장 지도부 소속 11명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나머지 FFP 소속 의원들은 30일 이내에 다른 정당으로 소속을 옮겨야 의원직을 잃지 않게 된다.
FFP가 총선 전후로 쁘라윳 짠오차 내각 및 군부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그동안 '친정부적' 결정을 내려온 헌재의 이날 판결을 놓고 비판 세력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 소속 프란치스카 카스트로 필리핀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총선은 태국 내 군부 통치를 종식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늘 이후로는 아무도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도록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국 전문가인 케빈 휴이슨 노스캐롤라이나대 명예교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태국 야권에는 (계획의) 차질이지만 군부가 후원하는 현 정권에는 정치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러 위기와 빈사 상태의 경제로 고심하는 정권을 잠재적으로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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