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지역사회 감염 초기단계로 통제 가능…'경계' 유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김예나 기자 = 방역당국이 현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격상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는 대구와 경북,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발생하며 지역사회 감염의 초기 단계로 진입했지만, 전국적 확산 징후는 없다며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지 않고 '경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코로나19가 나타나고 있지만,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환자들이 불특정 다수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전국적 지역감염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역학조사나 방역 조치 등을 통해 현재의 코로나19 지역감염 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 통제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1일 현재 확진자 중에서 대구의 신천지대구교회 관련자가 98명, 청도 대남병원 관련자가 16명, 해외유입이 16명, 국내 가족·지인에 의한 전파가 17명이고, 조사가 진행 중인 사례는 9명 정도이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집단발병한 사례 등이 있었으나,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환자는 9명밖에 없어 전국적인 유행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심각으로 격상하려면 전국에서 확산해야 하는데, 아직은 서울과 경기, 대구, 경북 등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은 것도 아니어서 아직은 심각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천지라는 특별한 종교 집단이어서 많이 확산했지만,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 환자 숫자가 많아서 그렇지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심각 단계로 올리면 모든 집회와 학교 등 일상생활을 거의 멈추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경제가 나빠지고 외국에서 여행 자제국가로 한국을 지정할 가능성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도 총리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참가해 1주일에 2∼3회 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심각 단계에 준해서 총력 대응하고 있기에 지금 위기 경보를 상향 조정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최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발생 양상은 심각 단계로 올릴 상황은 아직 아니며 경계 단계에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일부 역학 고리가 깨지거나 희미해진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금은 제한적 지역사회 감염 전파가 확산하는 양상으로 기존 방역기준으로는 경계단계에 해당한다고 최 교수는 분석했다.
최 교수는 "심각으로 올릴지 여부는 정책적 판단"이라며 "'심각' 수준까지 갈지 미리 고민하고 (방역·대응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구에서 터지면서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퍼지게 됐다"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 등 전국적으로 전파하는 상황인 만큼 당연히 심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아직은 대구·경북과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는 선제로 과도하게 대응해서 바이러스 전파자들이나 감염자들을 조기 발견해서 치료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심각으로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해외 신종 감염병을 기준으로 '감염병 발생 및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의 제한적 전파'(경계),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 순으로 단계가 바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자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일주일 뒤인 27일 환자가 4명으로 늘어나면서 위기 경보는 '경계'로 한 단계 더 올라갔다.
위기 경보를 '경계'로 한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에는 질병이 유입된 지 약 6개월 만에 '심각' 단계까지 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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