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행사도 열려…정부군·탈레반 간 곳곳 충돌로 긴장감 계속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을 위한 일주일간의 '폭력감축'(reduction in violence) 조치가 지난 22일부터 시작되자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이 이를 반기며 축하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간의 무력 충돌이 빚어지는 등 여전히 긴장이 계속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23일 현지 톨로뉴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폭력감축이 시작된 전날 탈레반의 거점인 남부 칸다하르 등에서는 주민들이 거리에서 전통춤을 추며 기뻐했다.
칸다하르 인근 헬만드의 한 아프간 경찰은 "평화협상 결과와 관련해 처음으로 매우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만드에서는 탈레반 조직원들이 미군 드론(무인기) 공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깃발과 총을 든 채 주민과 어울리기도 했다.
수도 카불 남쪽 가르데즈에서도 수백명의 주민이 광장으로 나와 폭력감축 지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평화는 우리의 염원'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모처럼 찾아온 휴전을 만끽했다.
카불의 한 택시기사는 자살폭탄 공격에 대한 두려움 없이 출근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부 잘랄라바드에서는 사이클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역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대회에는 아프간 9개 주를 대표하는 60여명이 참가했다.
대회를 주관한 파즐리 암디 파즐리는 "폭력감축을 기념하고 관련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탈레반은 22일부터 일주일간 폭력감축으로 불리는 사실상의 임시휴전에 합의했다.
이 기간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양측은 오는 29일께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된다.
평화협정 서명이 끝나면 곧이어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등 국내 각 정파 간 협상이 시작된다.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도 단계적 감축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폭력감축 조치 돌입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곳곳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총격전이 발생, 우려를 낳기도 했다.
탈레반은 22일 오전 북부 발흐주에서 아프간 치안병력을 공격했다.
탈레반 측은 아프간 군경 차량이 자신들이 장악한 지역으로 진입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아프간군 2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톨로뉴스는 이날 발흐, 파크티아, 헬만드 등 8개 주에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자칫 대형 전투나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할 경우 폭력감축 조치는 순식간에 무산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되는 상황인 셈이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후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을 테러 배후로 지목한 뒤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빈 라덴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를 거부했고 미국은 그해 10월부터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탈레반 정권은 미군의 무차별 공습에 버티지 못하고 한 달여 만에 붕괴했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 현재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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