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 "확진자 규모 축소" 의혹 강하게 부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는 와중에 한 성직자가 미국을 그 배후라고 주장해 구설에 올랐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란 중부 종교도시 곰의 유명 이슬람사원 파티메 알마수메 모스크에서 21일 금요 대예배의 집전자(이맘)로 나온 성직자 세예드 모하마드 사이디는 이날 설교문에서 "도널드 트럼프(미 대통령)가 바이러스로 곰을 공격했다"라고 주장했다.
곰은 19일 이란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도시로 이후 이곳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바람에 '진원'으로 지목받는 곳이다.
그는 "곰은 이란의 전 세계 시아파 무슬림의 성지로 종교적 구심점이다"라며 "정부와 의료진이 이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는데도 적(미국)은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를 심어 곰을 불안한 곳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 한다"라고 설교했다.
그러면서 "곰의 위상을 아는 트럼프는 이란의 문화 유적지 52곳을 공격하겠다고 협박했는데 이번 코로나19로 무슬림의 성지인 곰의 명예를 훼손해 이 협박을 실행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설교가 알려지자 이란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전염병 확산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과 빈축이 잇따랐다.
이란에서 코로나19 확진·사망자가 늘어나자 미 국무부는 22일 트위터에 이란어로 "이란 정부가 코로나19의 위험을 깎아내리고 국민에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이디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정부는 가능한 한 신속히 공개한다"라며 축소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3일 "외국 언론들이 몇 달 전부터 여론전을 펴더니 21일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졌다"라며 "지난 이틀간 그들은 바이러스 확산하는 기회를 노려 이란 국민의 투표를 방해하려 했다"라고 비난했다.
22일 밤까지 이란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28명 발생했고 이 가운데 6명이 숨졌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