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국의 기생충' 칼럼서 "외국인 혐오적…노예제 영화에 향수있는듯"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부지역 유세에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비판하자, 미국의 유명 가수 겸 배우 벳 미들러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백악관의 기생충"이라며 대신 반격했다.
벳 미들러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가 자신의 유세에서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수상을 불평했는데 난 기생충이 백악관을 차지한 것이 더 속상하다"고 밝혔다.
미들러는 이 트윗 바로 뒤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재판받은 로저 스톤이 징역형을 받았다는 소식에 "원시적인 진흙에서 50년 전 기어 나온 이 혐오스럽고 미끄러지는 파충류가 감옥에 간다. 신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조롱 글을 올리는 등 평소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콜로라도주 유세에서 '기생충'을 언급하며 "수상작은 한국 영화였다. 도대체 뭐하자는 것이냐"며 주최 측에 불만을 드러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는 없나, '선셋 대로'는 어떤가'라며 이런 미국 영화가 수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다음날 네바다주 유세에서도 "그 영화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거듭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의 주요 매체가 즉각 반박성 기사를 내보낸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도 22일 '미국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트럼프 비판 칼럼을 썼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모린 다우드 NYT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선셋 대로' 같은 1900년대 중반 영화를 언급한 것을 지목해 "우리 대통령은 노예제도를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나이 든 여가수가 사라진 과거 속에 살면서 저택 주위를 미친듯이 돌아다니는 영화에 향수가 있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혐오적인 영화 비판과 부티지지 후보의 이름을 갖고 조롱하는 행동은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이 1988년 대선 때 국기를 감싼 채 선거를 뛰면서 자신이 '미국편'이라고 강조한 것과, 부시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싱어송라이터 로레타 린이 (부시 전 대통령의) 상대였던 민주당 마이클 두카키스 후보를 가리켜 '이름이 너무 외국적이어서 발음도 못 하겠다'고 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기생충'을 거론한 네바다주 유세에서 전임 대통령을 일부러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고 부른 것을 지적하며 "트럼프의 정신병에 갇힌 또 하나의 나쁘고 미친 주였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애틀랜타가 불에 타 사라졌는데 트럼프 버전에서는 워싱턴이 불타고 있다"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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