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서 선두주자…"트럼프 회담은 사진찍기용" 비판
"김정은, 좋은 친구 아냐…난 살인하는 독재자와 러브레터 주고받지 않아"
기존에도 북미 정상회담 열어두며 대북 비핵화 단계적 기조 피력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이영섭 기자 =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샌더스 의원은 23일(현지시간) CBS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샌더스 의원은 "나는 이 세상에서 하늘 아래 모든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 왔다"며 "그러나 내게 있어 적대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한 정상회담 등 대북 비핵화 정책을 비판했지만 준비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지, 만남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이 지금까지 진행한 3차례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간발의 승부로 끝나 1승1패를 주고받은 1~2차 경선과 달리 3차 네바다주 경선에서는 40%대 후반 득표율로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샌더스 의원은 "불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그 회담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사진을 찍기 위한 기회였지만 회담을 성공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종류의 외교적 작업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김정은이 좋은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살인하는 독재자와 러브 레터를 주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전 세계의 적들과 함께 앉는 데 대해 어떤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말했다.
이 발언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합의가 도출될 정도로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신뢰'에 기대 담판 형식의 돌파구를 모색해온 기존 '톱다운' 방식과 대비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샌더스 의원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열려 있다는 태도 속에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유연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의 민주당 대선주자 대상 대북 관련 설문조사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시작한 개인적 외교를 지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당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북한이 핵무기 연료인 핵분열물질 개발(생산)을 동결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으로 대북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샌더스는 대북제재 해제 이전에 실질적인 군축(disarmament)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한 바이든, 블룸버그와 달리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이란이나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시험을 사전 억제할 목적으로 군사력 사용을 고려할 것이냐는 설문에서는 바이든, 블룸버그와 마찬가지로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샌더스 의원은 작년 8월 NYT 조사에서는 "단기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다소 시간이 걸릴 단계별 절차를 지닌 제안을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가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관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핵 개발을 부추기고 국제사회의 핵 억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샌더스 의원은 작년 9월 워싱턴포스트의 설문조사에서도 김 위원장과 만남이 합의를 향해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샌더스 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 후 군사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며 "가능한 한 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그는 유럽 국가와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믿는다며 미국인이나 동맹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 군사 행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대만에 군사행동을 취할 때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즉답 대신 "우리는 전 세계에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고 침범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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