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리더십] ④ '소통'으로 동요 막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입력 2020-02-25 07:07  

[코로나19 리더십] ④ '소통'으로 동요 막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투명 공개·정부 신뢰' 호소에 사재기 진정…'위험관리 소통' 모범 평가
전체 3분의 1 달하는 심각한 '교회감염' 등 악화한 사태 수습이 관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는 25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발원한 중국을 제외하고 일본과 한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다.
교회 관련 감염자도 30명에 육박하면서 '슈퍼 전파' 상황이 나온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난관 속에서도 리셴룽(李顯龍) 총리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긍정적인 기류가 많아 보인다.
리 총리는 지난 1일 중국인 및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의 20%를 차지하는 싱가포르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었다.
그는 7일에는 보건경보 등급을 기존 '옐로'에서 '오렌지' 등급으로 한 단계 올렸다. 첫 확진자 발생(1월 23일) 후 약 2주 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심이 동요하던 시점에 "정부는 잘 준비돼 있다.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정부를 믿고 안심해달라"는 메시지로 국민과 '소통'한 것이 리더십을 돋보이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정부의 보건경보 등급 격상에 민심이 흔들렸다.
보건경보 체계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전에 만들어졌었다면, 33명이 숨진 사스 사태도 오렌지 등급에 해당했으리라는 것이 대중의 공포심을 키웠다.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슈퍼마켓이나 마트의 식료품·생필품 선반이 텅텅 비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카트마다 물품을 가득 채운 시민들이 계산대 앞에 줄 선 모습이 공유되면서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이러자 리 총리는 8일 밤 소셜미디어 영상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다인종 구성을 고려해 영어·중국어·말레이어 등 3개어로 제작했다.
그는 담화에서 싱가포르에는 충분한 보급품이 있는 만큼, 컵라면이나 화장지 등을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또 '사스 사태'를 거치면서 정부는 훨씬 더 잘 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보다 두려움이 더 해를 끼친다"면서 국민들에게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단결되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자"고 호소했다.
리 총리는 그러면서도 상황이 악화하면 접근 방식에 변화를 줄 것이라면서, 모든 과정을 국민에게 계속해서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총리의 호소에 사재기 현상도 잦아들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리 총리의 영상 담화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리더십의 '모범 사례'라는 평이 나왔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20여년간 유행병과 전염병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연구해 온 호주 시드니 대학 '의학 윤리 및 법 센터'의 클레어 후커 부교수는 "리 총리의 연설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의 매우 뛰어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환경·사회·경제적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위험 관리자, 주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일을 뜻한다.
'21세기 전염병, 사스 이야기' 저자이자 세계보건기구(WHO)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토마스 에이브러햄도 "리 총리의 연설은 싱가포르 국민들이 정부의 능력과 투명성에 높은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에이브러햄은 "리 총리는 어떤 사실도 숨기지 않을 뿐 아니라, 상황이 어떻게 나빠질 수 있는지를 얘기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리 총리는 14일 창이 국제공항을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이미 사스 당시를 넘어섰다"면서 "경기 침체가 온다 안 온다고 말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비교적 '솔직하게' 답했다.
다만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시험대는 아직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영상 담화를 발표했을 당시에는 확진자도 33명이었고, 지역사회 감염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확진자가 100명에 육박하고, '교회감염' 확진자는 29명(24일 현재)으로 전체 환자(89명)의 3분의 1에 육박해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한정될 실내 공간에서 예배 등의 활동을 하는 종교 시설의 특성상 앞으로도 환자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도록 권고한 상태다.
교회들도 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로 알려진 2주가량 활동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예배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정 교회가 엄청난 수의 코로나19 환자를 가져온 한국의 사례가 현지 언론에 시시각각 소개되면서 싱가포르 내 우려도 자연스레 커질 전망이다.
영상 담화에서 상황이 악화하면 접근 방식에도 변화를 주겠다고 한 만큼, 리 총리가 앞으로 상황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심이 쏠린 전망이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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