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식량문제 심각…국민 3분의1 기초 영양도 못 섭취"

입력 2020-02-24 11:41  

"베네수엘라 식량문제 심각…국민 3분의1 기초 영양도 못 섭취"
유엔 세계식량계획 보고서…"상당수가 감자·콩에 의존해 식사 다양성 부족"
음식 있어도 비싸 구하기 어려워…가구 60% "식사량 줄였다" 답해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난이 지속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국민의 3분의 1이 최소한의 영양 섭취 권장량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WFP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베네수엘라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 인구의 약 32.3%에 해당하는 930만명이 식량 안보가 취약한 상태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WFP는 지난해 7∼9월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해 거둬들인 8천375개의 설문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추정했다.
식량안보란 넓은 뜻으로는 자국민에게 충분한 양과 양질의 식량을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공급할 수 있는 상태를, 좁은 뜻으로는 비상시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태세를 뜻한다.
보고서는 베네수엘라인 상당수가 주로 감자나 토란 등 덩이줄기와 콩류에 의존해 식사의 다양성이 부족하며, 그 결과 이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식량 자체의 부족보다는 치솟는 음식 가격 때문에 사람들이 식량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점이 더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고 AP는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음식은 어디에나 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구입하기가 어렵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37%는 심각한 경기 수축으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고 답했다.
이처럼 식량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전체 가구의 74%는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질과 다양성을 낮추는 등 '대처 전략'을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가구의 60%는 식사량을 줄였다고 답했으며, 33%는 임금으로 돈 대신 음식을 택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구의 20%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가족의 자산을 판 적이 있다고 답했다.
WFP는 이번 조사에 대해 성명을 통해 "식량 안보가 취약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베네수엘라 정부와 대화를 지속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 등으로 극심한 경제난이 지속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정치·사회 혼란이 이어지면서 최근 몇 년간 450만 명 이상이 가난과 폭력 등을 피해 고국을 등졌다.
베네수엘라 인권 운동가인 캐롤라이나 페르난데스는 AP에 이번 조사가 진행된 지난해 7∼9월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성장기에 있는 어린 세대가 식량 문제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장기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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