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전세기·열차·버스 등 총동원해 농민공 데려오기
'복귀 후 감염' 속출에 "화상회의하고, 엘리베이터 절반만 타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후 경제 정상화에 중국 지방 정부와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24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확산 대응과 함께 경제 정상화를 강력하게 주문하면서 지방 정부마다 공장 재가동의 관건인 '농민공 복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춘제 연휴 때 고향으로 돌아간 농민공들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자 안후이(安徽)성의 성도인 허페이(合肥)시는 '공유 노동자' 방식을 도입해 농민공 부족 해결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점 휴업 상태인 식당, 호텔 등 서비스업 노동자를 인력이 부족한 제조업체에 임시로 보내는 방식을 도입해 인력난 해소에 나선 것이다.
저장(浙江)성, 푸젠(福建)성 등 중국 동부의 경제 중심을 이루는 지역 정부들도 농민공을 특별 교통편으로 데려오고, 조기 복귀한 농민공에게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각종 경제 정상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지역 정부는 노동력 여유가 있는 구이저우(貴州), 윈난(雲南), 간쑤(甘肅) 등에서 농민공들을 전세기와 전세 버스, 고속철 등을 동원해 데려오고 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철도 당국은 농민공이 많은 농촌 지역에 '특별 열차'를 보내 농민공들을 데려오도록 했다.
광둥(廣東)성의 에어컨 팬 제조업체인 선윌(Sunwill) 관계자는 "인력 부족이 심각해 광시(廣西), 장시(江西) 등 농민공을 데려올 수 있는 모든 곳에 전세 버스를 보내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장성 원저우(溫州)시는 이 지역으로 처음 와서 일하는 농민공에게 1천 위안(약 17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고, 기존 종업원이 새 인력을 데려올 때도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광둥성 둥관(東莞)시는 직업소개소가 관내 기업에 인력을 1명 추천할 때마다 700위안(약 12만원)의 인센티브를 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산둥(山東)성의 주요 기업 공장 가동률이 79.4%로 올라서고, 장쑤(江蘇)성도 공장 가동률이 75%에 달하는 등 각 지역의 경제 정상화에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광둥성도 성내 연 매출 2천만 위안(약 34억원) 이상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인 2만6천여 개 기업이 조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공장을 재가동했다가 코로나19 감염자가 출현해 공장 문을 다시 닫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충칭(重慶)에 있는 판강(攀鋼)그룹 산하 충칭티타늄산업은 춘제 연휴 후 공장 조업을 재개했으나, 노동자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생산을 중단하고 131명의 밀접 접촉자들을 격리 조치했다.
베이징의 고속철 기업에서도 종업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철도국이 100여 명의 노동자에게 격리 명령을 내렸다.
이밖에 주하이(珠海), 쑤저우(蘇州), 후난(湖南), 산시(山西) 등 중국 곳곳에서 공장을 재가동했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출현해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베이징시는 조업 재개 후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특별 지시를 내렸다.
조업을 재개한 제조업체나 IT 기업은 종업원 한 사람이 최소 2.5㎡ 이상의 면적을 확보하도록 했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는 평소 탑승 인원의 절반만 타서 충분한 여유 공간을 남기도록 했다.
종업원들은 가능한 러시아워를 피해 출퇴근하도록 했으며, 출퇴근 시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 자전거, 도보 등 개인 교통수단을 최대한 이용하도록 했다.
대면 회의도 가능한 화상회의로 대체하고,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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