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다운 추동 트럼프, 작년말 미 대선 개입 말라며 김정은에 일찌감치 공개 경고
'느리고 인내하는 외교'로 북한의 압박 행보 차단…북 공언 '충격 행동'이 변수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지난해 2월 말 북미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성과 없음)로 끝난지 1년이 된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은 북한을 떠나 있다.
그의 올해 관심은 온통 재선 승리에 맞춰져 있다.
국내 정책도, 대외 전략도 재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북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재선 승리에 도움이 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톱다운' 접근으로 북미 관계 진전에 핵심 동력을 제공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초 공개 발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이 미국에 '성탄 선물'을 보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지에 관심이 집중됐던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김 위원장이 알고 있으며 자신은 김 위원장이 선거에 개입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발언 하루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이 적대적 행동을 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식의 완곡한 문장을 쓰기는 했지만, 자신이 대선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압박 카드로 미 대선에 개입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 회의를 통해 새 전략무기 공개와 '충격적 실제 행동'을 공언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기조는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취재진 브리핑에서 공개 거론한 '느리고 인내하는 외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반영한 방침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상당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가지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때까지 미국은 시간을 두고 기다리겠다는 구도를 제시한 셈이다.
북한과 미국이 단계적 접근과 포괄적 합의라는 현격한 입장차 속에 지난해 10월의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결실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상 진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보다는 상황관리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미국이 전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대북 행보를 몇 차례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을 즈음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미 중이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통한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을 부탁한 것이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지금까지의 북미 관계 진전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톱다운식 접근에 기댄 바가 컸던 만큼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또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미국 내 단체 및 국제기구가 대북지원에 나설 때 이를 신속히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구호단체의 대북 인도 지원에 미 정부 차원에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유화적 손짓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인 조치라는 것을 미국도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언한 충격적 실제 행동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집중하고 김 위원장은 특별한 대미압박 행보를 보이지 않은 채 교착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충격적 실제 행동의 수위가 어느 정도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관계가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미국 대선 국면의 진전 상황을 봐가며 압박 카드 동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준하는 고강도 압박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3일 나온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 역시 대북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등 우리를 해치려 하는 누구도 우리 대선에 끼어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만 특정해 거명한 것은 아니고 군사적 압박 행보보다는 사이버상의 허위정보 유포와 같은 행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을 기준으로 미국의 대북접근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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