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행성 지질학자' 1년여만에 화성 '속살' 드러내

입력 2020-02-25 11:38  

'붉은행성 지질학자' 1년여만에 화성 '속살' 드러내
'진짜' 지진 24건 포착…자성 강한 지하 고대 암석과 모래 회오리도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의 지질학자'로 파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1년여만에 화성의 속살을 내보이는 탐사 결과를 쏟아냈다.
화성을 뒤흔드는 진짜 지진부터 예상보다 강한 자성을 가진 지하의 고대 암석과 회오리바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6건의 논문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에 나란히 실렸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지진과 여진이 포착된 부분이다.
화성 표면에 설치한 지진계 SEIS로 1년 가까운 동안 450여차례의 진동(marsquake)을 포착했으며 이중 진짜 지진일 가능성이 높은 174건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24건은 비교적 규모가 커 지하 깊은 곳에서 촉발된 지진이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는 규모가 작고 진원도 확실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지진 빈도는 달(moonquake) 보다는 잦고 지구보다는 적은 것으로, 지질학적으로 살아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진동을 기록한 지진파는 통과하는 물질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통해 행성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포착된 지진 중 가장 큰 것이 규모 4로 지진파가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하부 맨틀과 핵까지 통과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고 했다.
지난 2018년 11월 화성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 내 작은 운석 충돌구인 '홈스테드 함지(Homestead hollow)에 착륙한 인사이트호는 곧바로 SEIS를 설치했지만, 첫 지진을 포착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당시 공교롭게 지진이 없던 시기로 추정되는데, 이후에는 하루 두 차례꼴로 진동이 포착되고 있으며 화성 내부구조를 밝힐 수 있는 더 큰 지진이 포착되길 고대하고 있다.
화성은 지구처럼 판상(板狀)을 이뤄 움직이는 지각 표층(tectonic plate)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화산활동을 하는 곳이 있어 진동을 일으킨다.
실제로 두 건의 큰 지진은 화산활동 지역인 '케르베로스 수로'(Cerberus Fossae)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벼랑에서 굴러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바위들이 포착됐다.
약 1천300㎞에 걸쳐 형성된 케르베로스 수로는 고대 홍수로 만들어졌으며 용암이 흐른 지 1천만년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용암 흐름은 200만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 지진으로 균열이 생겼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인사이트호는 지진계 이외에 화성 탐사선 최초로 자기탐지기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홈스테드 함지 지하 60m에서 수백킬로미터 사이에 자성(磁性)을 갖는 고대 암석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는 화성 궤도선 관측 자료를 토대로 예측했던 것보다 10배나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은 수십억년 전에는 자기장을 갖고 있었지만 현재는 사라졌으며, 인사이트호 주변의 암석들은 자기장이 사라진 이후에 형성된 것이어서 자기탐지기에 측정된 자성은 지하의 고대 암석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사이트호는 또 기상 센서를 통해 풍속과 풍향, 기압 등을 지속해서 측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변을 지나는 '먼지 회오리'(dust devil) 수천건을 포착하기도 했다.
인사이트호 카메라는 이를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SEIS 지진계는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표면을 빨아들이는 회오리바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이트호는 지열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HP3)도 갖고갔지만 땅을 파고 들어가는 원통형 장치인 '두더지(mole)'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아직도 설치를 못 해 반쪽 임무만 수행하는 중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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