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민족주의 찬성파-무슬림·대학생 반대파 간 충돌
연방정부-주정부도 갈등…경찰엔 '발견 즉시 사살' 명령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해 12월부터 인도 전역을 들끓게 했던 시민권법 개정안 이슈가 최근 수도 뉴델리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개정안을 찬성하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 지지자와 무슬림·대학생 중심의 반대파 간에 연일 격렬한 충돌이 이어지면서다.
이런 대립은 경찰을 관할하는 연방정부 측과 지역 정당이 장악한 델리 주정부 간 신경전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26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뉴델리 동북부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민권법 관련 시위로 최근 13명이 사망했다.
23일부터 본격화한 찬반 시위대 간 충돌 '전선'은 자프라바드, 마우지푸르, 찬드바그 등 뉴델리 동북부 10여 곳에서 형성됐다.
시위는 갈수록 과격 양상을 띠었다. 투석전, 총격, 집단 폭행, 염산 투척은 물론 건물과 차량 수십여대에 대한 방화까지 발생했다.
지난 24일과 25일 이틀 동안에만 경찰 1명 포함, 13명이 숨졌다. 이 과정에서 200여명이 다쳤고 총상을 입은 환자도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25일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체류한 뉴델리 도심과 시위 장소까지는 15㎞가량 떨어져 있었다.
당국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경찰과 군 병력 수천 명이 현장에 파견됐다. 이들에게는 '발견 즉시 사살' 명령까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현장 인근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망도 폐쇄됐다.
이런 시위는 지난해 12월 시민권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개정안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로 와 불법 체류 중인 힌두교도, 불교도, 기독교도 등 6개 종교 신자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줬다. 이들에 대해 시민권 획득 자격 기간도 단축해줬다.
이에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인도로 온 해당 불법 이민자들은 인도 시민권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 무슬림이 빠지면서 소수 집단과 대학생 등이 크게 반발했고, 인도 인구의 다수인 힌두교도 등 찬성파가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 뉴델리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에도 갈등이 불거졌다.
이달 초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지역 정당 보통사람당(AAP) 측은 경찰을 지휘하는 연방정부가 개정안 찬성파를 비호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측은 "시위를 통제하기에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반대파 시위대가 총격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방관하는 경찰의 모습이 사진 등으로 공개돼 경찰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 경찰은 지난해 12월 시위 주동자를 찾겠다며 뉴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대에 진입, 최루탄을 쏘고 학생들을 마구 폭행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인도 13억5천만명 인구 가운데 절대다수인 80%가 힌두교를 믿는다. 무슬림은 14%를 차지하며 기독교도의 비중은 2%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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