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통계청이 26일 내놓은 작년 인구동향조사 결과는 인구 감소로 결국 대한민국이 자연 소멸하게 될 것이라는 소설 같은 전망이 기우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사상 최악이었던 전년의 0.98명보다 더 떨어졌다. 해마다 출산율이 바닥을 파고 내려가는 모습이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출산율이 낮다. 서울은 출산율이 0.72명, 부산은 0.8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평균인 1.65명의 반 토막 수준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많은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존속에 필요한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고 본다. 출산율 1명을 밑돈다는 것은 한 세대가 지나면 출생아 수가 지금 수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라는 통계청 설명을 감안하면 국가의 증발을 향한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진전은 경제 활력을 급속히 떨어뜨린다. 이는 공동체의 존속은 물론 재정, 복지, 안보 등 국가 시스템 전반에 재앙을 몰고 온다. 인구 절벽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 학계의 우려는 그동안 쏟아졌으나 '이거다' 하는 대책은 없었다. 정부는 2006년 저출산·고령화를 국가 주요 현안으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8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다. 선진국에서 효험을 봤다는 온갖 대책을 베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책이 사회의 변화나 현장에 천착하지 못하고 겉돌았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는 정치공학적 셈법이나 탁상행정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저출산이 공동체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도 실제 정책은 여성에게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는 쪽으로 작동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과거 정권이 내세웠던 출산율 목표를 버리고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자연적으로 출산율을 높여가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선회했으나 구체적 중장기 로드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만들어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과녁을 제대로 맞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우선은 아이 울음소리를 자주 듣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젊은 층이 새 가족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전문가그룹은 저출산 탈출의 주요 전제 조건으로 안정된 취업과 주거환경, 돌봄과 교육비용 분담, 성 평등 등을 꼽은 바 있다. 육아와 교육, 주거, 일자리 등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혁명적 정책을 내놓고 독박 육아, 경력 단절 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다투어 시행하지만, 효과가 없는 출산장려금 등의 일회성 포퓰리즘이 아니라 육아부터 교육과 취업, 주거까지 사회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력 저하를 막기 위해 고령자나 여성의 경제활동을 극대화하고 외국인의 국내 이민정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위한 환경과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국민 의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단일민족 대한민국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게 될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인구정책을 혁신할 시점이 됐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