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율 높아 사스·메르스 때보다 더 불안"…예약 취소도 급증
한국인 대하는 현지인 시선도 곱지 않아…숙박 거부 사례도 발생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서유럽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며 현지 한인 사회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만 연간 100만명의 여행객이 찾는 이탈리아에는 수도 로마를 중심으로 관광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교민들이 많다. 그만큼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이탈리아, 두 나라가 비슷하게 지난주부터 감염자 수가 폭증하면서 바이러스 확산 국가라는 오명을 쓴 터라 이래저래 교민들의 한숨만 느는 상황이다.
실제 이탈리아를 찾는 한국 관광객은 최근 들어 급감 추세다.
1∼2월이 이탈리아 관광 비수기이긴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방문객이 작년 동기 대비 최대 80% 격감했다는 게 현지 관련 업계 종사자의 전언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최대 바이러스 거점 지역으로 인식되는 북부 밀라노와 베네치아 등은 한국인은 물론 다른 외국인 여행객의 발길마저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한다.
이탈리아가이드협회 김광년 회장은 26일(현지시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겪었는데 이번 바이러스가 확산 속도가 빨라 불안감이 그때보다 더 큰 것 같다"며 "특히 한국과 이탈리아가 나란히 최대 감염국으로 분류돼 걱정과 우려가 크다"라고 털어놨다.
예약한 투어를 급하게 취소하는 사례도 최근 부쩍 증가했다.
바티칸과 로마 성지순례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는 한 교민은 "예약돼 있던 3월 투어는 모두 취소됐고 4월 예약자들은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상당수 가이드가 일손을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인 여행사들도 일감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여행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예약률이 작년 이맘때 대비 최대 30% 넘게 떨어진 곳도 있다고 한다. 일부 중소 여행업체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이탈리아 노선의 탑승률이 크게 감소한 우리나라 국적기도 일부 직항 노선을 잠정 중단하거나 감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아시아나 항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주 2회 운항하던 인천-베네치아 노선의 운항을 다음 달 4∼28일 중단하기로 했다.
주 7회 운항해온 인천-로마 노선도 다음달 6∼28일 사이에는 주 4회로 감편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역시 하절기 스케줄에 들어가는 내달 29일부터 4월 25일까지 인천-밀라노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탑승률이 20∼30%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3월부터는 상황이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밀라노 지역에 밀집한 현지 주재 우리나라 기업들도 코로나19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전체 28개 기업을 회원사로 둔 지상사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연락이 닿은 24개 기업 가운데 13개 기업이 이번 주 재택근무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나머지 기업들도 이탈리아 정부에서 바이러스 감염 우려지역, 이른바 '레드존'으로 지정한 곳에 거주하는 현지 직원들에 대해선 선별적으로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한국의 감염자 수가 세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국인 관광객 또는 한국인을 대하는 현지인의 태도도 곱지만은 않다.
최근 중부 피렌체 인근 한 지역에선 이미 예약된 숙박업소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거부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또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로마의 한 관광버스 기사가 귀가 후 나타난 감기 증세에 놀라 급히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받은 사실이 현지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기사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밀라노에서 무역업을 하는 다른 교민은 "최근 현지 바이어에게 제품 샘플을 보여주려고 했더니 다음에 보자고 하면서 관련 설명을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하더라"라며 "한국인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일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한 교민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한 현지인이 들어오려다 나를 보고는 그냥 나가는 모습을 봤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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