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골리스층 12m 달해…"달의 앞면과는 지질학적 구조 달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해 1월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한 중국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탐사결과를 계속 내놓고 있다.
이번에는 창어4호가 풀어놓은 탐사 로버 '옥토끼'(玉兎·중국명 '위투') 2호가 달의 뒷면 지하를 탐사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옥토끼에 실린 '달 지표투과레이더'(LPR)를 이용해 땅속 40m까지 들여다 본 것이다.
중국과학원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중국과하원 국가천문대(NAOC) 리췬라이(李春來) 교수가 이끄는 중국과 이탈리아 연구팀은 옥토끼2호가 폰 카르만 크레이터에서 106m를 이동하며 LPR로 수집한 레이더 이미지를 단층촬영 자료와 정량분석 결과 등과 결합해 달의 뒷면 표층 구성을 확인했다.
LPR은 일반 항공 레이더와 마찬가지로 500MHz 고출력 전자기파 신호를 땅속으로 보낸 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를 포착해 레이더 이미지를 확보한다.
그 결과, 지하 약 12m까지는 전자기파 신호가 거칠 것 없이 통과해 같은 종류의 다공성 알갱이 물질로만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레골리스'(regolith)라고 불리는 암석이 분쇄된 먼지나 모래 같은 퍼석퍼석한 물질이 달을 덮고 있다는 것으로, 과학자들이 예상하던 것보다 "꽤 두껍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밑으로 지하 12~24m 사이에는 지름 0.2~1m의 암석이 고르게 분포하다 미세 알갱이가 바위와 섞여 있는 층이 이어졌으며, 더 밑에는 바위 없이 미세한 알갱이나 거친 입자가 모여있는 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달에 소행성과 운석이 무수히 떨어지면서 분출됐던 암석이 주변의 표면에 쌓이고 다시 미세한 알갱이로 덮이면서 현재와 같은 여러층의 지질구조를 형성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옥토끼 2호의 전자기파 신호가 지난 2013년 달의 앞면에 착륙한 창어3호가 같은 장비로 측정했을 때보다 3배나 더 깊이 들어간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리 교수는 "창어4호 착륙 지점의 물질이 신호 투과력이 훨씬 더 높아 두 작륙 지점이 지질학적으로 전혀 다르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LPR의 광범위한 이용이 달의 소행성·운석 충돌과 화산 활동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크게 제고하고 달 뒷면의 지질학적 진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옥토끼 2호가 활용한 LPR의 지표투과 레이더 기술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달 복귀 계획을 추진하면서 달 상주에 필요한 물의 원천이 될 지하의 얼음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은 지구에서 땅속에 있는 구조물을 확인하는데 널리 쓰이지만 다른 천체에 착륙하는 탐사선에 채택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유용성이 확인되면서 올해 7월 화성으로 발사되는 NASA의 탐사선 마즈 2020을 비롯해 유럽과 러시아, 중국의 탐사선에 모두 비슷한 레이더 장비가 실릴 예정이다.
달·행성연구소의 선임 과학자 데이비드 크링 박사는 뉴욕타임스와 회견에서 이 장비가 달 표면에서 활용된 것을 보면서 "우리가 달에서 사용하기 위해 고안하고 있는 방법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더 큰 확신을 하게됐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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