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자 치하 반체제 인사들 "사형집행인이 떠났다…단죄 무산"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알바니아 공산주의 정권 독재자인 엔베르 호자의 배우자 네즈미예가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유족은 그가 지난 25일 자택에서 남편에 관한 서적과 사진 등에 둘러싸인 채 99세의 나이로 숨졌다고 밝혔다.
호자는 1944년부터 1985년 사망하기까지 알바니아를 통치하며 철권을 휘둘렀다.
알바니아인은 호자 집권기에 자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반체제 인사들이 핍박에 시달렸으며, 공산정권 붕괴 후에도 대규모 탈출이 이어지는 등 당시를 어두운 역사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당시 활동한 반체제 인사들에 따르면 호자 통치기에 6천명 넘는 정치범이 처형당했고, 3만4천여명이 투옥됐으며, 5만9천여명이 유배를 떠났다.
네즈미예는 호자의 선전기구에 해당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연구소와, 당시 공산당의 통제 도구로 활용된 산하 조직 '민주전선'을 이끌었다.
남편의 확고한 옹호자였던 네즈미예는 1990년 알바니아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된 뒤 횡령혐의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과거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남편의 조문객을 맞을 때 깨진 컵과 유리잔 구입에 쓴 돈이 횡령에 포함됐다고 불평하면서, "내가 엔베르의 아내라서 기소됐기 때문에 이 재판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인터뷰에서 네즈미예는 "서방과 (당시 알바니아) 생활 수준을 비교하면 검소했던 것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평등주의 정신이 있었다"고 미화했다.
옛 반체제 인사들은 네즈미예가 제대로 단죄받지 않은 채 생을 마쳤다고 지적했다.
반체제 인사 단체를 이끄는 베심 응드레조니는 현지 매체인 뉴스24 TV에 네즈미예의 죽음에 대해 "사형 집행인이 알바니아를 떠났다"고 말했다.
응드레조니는 "그가 비난을 받은 건 (중략) 커피에 지출한 돈이었다"며, "공산정권 이후 들어선 정부는 흉내만 냈을 뿐 그의 (진짜) 범죄를 처벌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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