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검사 요청했으나 "중국 여행·감염자 접촉 요건에 해당 안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처음으로 감염 경로가 불명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온 가운데 이 환자가 매뉴얼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며칠씩 검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감염 경로 불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제한적인 기준 때문에 의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받을 때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 환자는 이달 19일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의료센터에 입원했다.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 주민인 이 환자는 호흡기 증상으로 15일 북부 캘리포니아의 노스베이 배커밸리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다 상태가 악화하자 이 병원으로 전원된 것이었다.
이 환자는 도착 당시 이미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고, 의사들은 이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CDC에 검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하는 연방기관은 현행 검사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즉각 검사를 수행하지 않았다.
CDC가 최근 중국 여행을 다녀온 환자나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아는 환자에게만 검사를 수행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CDC는 그러나 결국 23일 검사를 지시했고 26일 양성 판정이 떨어졌다. 이 병원에 도착한 지 나흘 만에 검사가 이뤄진 것이다.
미 CDC와 언론들은 이번 환자가 미국에서도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음을 시사하는 사례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밴더빌트대학 감염질환 전문가 윌리엄 섀프너 박사는 "만약 이 환자가 코로나19가 퍼진 국가에서 온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면 이는 어딘가에 파악되지 않은 다른 감염자가 있고, 이미 낮은 단계의 전파가 시작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CDC 관리들은 이 환자가 해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돌아온 사람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NYT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환자는 감염 경로가 불명인 사례로 보인다"며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역사회 내에서 전파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치료 과정에서 이 여성 환자와 접촉한 북부 캘리포니아 병원의 의료진은 현재 감시를 받고 있다. 특히 이 환자와 직접 접촉한 직원들은 코로나19 검사도 받았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WP는 전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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