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만성 염증질환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제제의 심각한 부작용을 값싼 당뇨약 메트포르민(metformin)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퀸 메리 런던대학 의대 내분비내과 전문의 마르타 코르보니츠 교수 연구팀이 만성 염증질환 치료를 위해 장기간 고용량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가 투여되고 있는 비당뇨병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상 임상시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7일 보도했다.
임상시험은 이들에게 무작위로 메트포르민 또는 위약(placebo)을 12주 동안 투여하되 환자와 연구자 모두 누구에게 어떤 약이 투여됐는지 모르게 하는 이중맹(double-blind)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메트포르민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감염 발생이 30% 적고 병원 입원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와 함께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항염증 효과도 기대 수치 이상으로 높아지고 심혈관, 대사, 뼈 지표들도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앞서 스테로이드가 AMP 활성화 단백질 키나제(AMPK)라는 대사 단백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AMPK 단백질을 통해 스테로이드와 반대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메트포르민이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도 있으리라고 판단, 이 같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1950년대에 개발된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만성 염증질환 치료에 혁명을 가져와 지금은 류머티즘 관절염, 천식, 염증성 질환, 암 등 면역체계의 과잉 반응으로 발생하는 여러 질환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고용량으로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체중 증가, 혈당 상승, 뼈와 근육 감소, 감염과 혈전증 위험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과다 분비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인 쿠싱 증후군(Cushing's syndrome)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체 약물로 바이오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이러한 생물제제는 워낙 값이 비싸고 그 나름의 부작용을 갖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포도당 합성을 막고 세포의 포도당 흡수를 촉진해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으로 오래전부터 당뇨병 치료에 사용돼온 값싼 약이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 당뇨병-내분비학'(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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