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여량 줄여 계속 약 쓸 수도 있다'는 주장 나와
미 코네티컷대 연구진, 저널 '약물 대사와 분해'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약국에서 파는 상비 의약품이든, 의사가 처방하는 치료 약이든 관계없이 어떤 약을 투여했을 때 몸 안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기관은 간(肝)이다.
다른 최초 반응 기관이 그렇듯이 간도 종종 약물로 인해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이런 경우 의사는 간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약 복용을 끊으라고 한다.
하지만 간이 회복하는 덴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려,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에게는 투약 중단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등 만성 질환 환자는 약물성 간 손상이 치유되는 동안에도 평소 복용하던 약을 소량으로 계속 쓸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다만, 간에 지나친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투여량을 평소보다 줄이는 걸 전제로 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미국 코네티컷대의 중 샤오보 약물학·독성학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동료 심사 학술지인 '약물 대사와 분해(Drug Metabolism and Disposition)'에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경구용 약은 위와 장을 거치면서 약 성분이 혈액에 흡수된다. 그래도 혈액이 다른 신체 기관에 미치기 전에 간을 통과하는 건 마찬가지다.
문제는 간에 있는 약 분해 효소의 수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한테 안전하고 효과적인 투여량이 다른 사람한텐 너무 많은 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의사가 처방한 대로 약을 먹어도 어떤 사람한텐 '약물 유발성 알레르기 간 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이 생기곤 한다.
이런 유형의 간 손상을 많이 일으키는 약 성분 가운데 하나가, 진통·해열 효과가 뛰어난 아세트아미노펜(acetominophen)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 해소에 관여하는 효소가 P450인데, 이 효소는 간에서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치료 약을 분해하는 데도 쓰인다.
간 세포가 이 효소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인한 간 손상에 취약한 정도가 결정된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있다.
이번 연구에선 간이 손상되면 일부 P450 수위가 오히려 떨어져 이 효소로 분해돼야 할 약 성분의 과도한 잔류로 인한 간 손상 위험이 커진다는 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약물성 간 손상이 생겼을 때도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약을 복용할 수 있는지 생쥐 모델에 실험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복용량을 평소보다 대폭 줄이기만 하면 안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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