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언론, 독감 사망자 많았던 미국에 화살
(베이징·제네바=연합뉴스) 김윤구 임은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중국 내에서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서 환자 증가세가 진정되는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바이러스가 급속 확산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책임을 떠넘기려고 군불 때기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이 같은 주장으로 충격을 안긴 것은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퇴치의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다.
그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 원사는 "먼저 중국만 고려하고 외국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현재 외국에 일련의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지만,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武漢)의 시장에서 팔던 야생동물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이를 뒤집은 셈이다.
중국 언론들은 중 원사의 '발원지'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일제히 보도했다.
다음날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기자는 세계보건기구(WHO) 언론 브리핑에서 원사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WHO 측이 코로나19의 글로벌 위험도를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한 직후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첫 질문으로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해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은 "아직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발원지에 대한 조사는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인을 파악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에는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나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이 발원지일 수 있다는 논조를 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감염원이 불분명한 사례가 늘고 있어 바이러스의 발원지에 대한 논의가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사람들이 중국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다른 나라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면서 중 원사의 발언을 언급했다.
쩡광(曾光)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과학자는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아직 바이러스의 발원지와 관련한 직접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밖의 일부 환자는 코로나19 발병 지역에 가거나 감염자와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 미국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환자들이 사실은 코로나19로 숨진 것일 수 있다는 일본 아사히TV 보도는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보도를 부인한 바 있다.
쩡광은 미 CDC가 완치 독감 환자들을 상대로 항체 검사를 할 것을 제안하면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바이러스의 발원에 대한 직접적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싱가포르가 최초로 항체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이력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여러 전문가를 인용해 "세계 여러 곳에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선이(沈逸) 푸단(復旦)대학 사이버공간관리연구소 주임은 "지금은 정확한 과학적 기초 없이 어느 나라가 발원지인지 말할 때가 아니다. 과학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코로나19 발병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는 "세계의 공공 안전에 대한 거대한 공헌"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다른 나라에 책임을 돌리려는 움직임은 중국의 신규 확진 환자 수보다 외국의 환자 수가 더 많아진 가운데 나왔다.
중국 보건 당국은 코로나19가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팔린 야생동물을 매개로 사람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었다.
하지만 우한시는 지난 26일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문제의 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코로나19 초기 환자의 일부가 이 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연구 논문이 있었지만,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우한시가 최초 확진자가 시장과 관련 없다고 밝힌 것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의 일환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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