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재권기구 사무총장 선거 앞두고 미중 신경전

입력 2020-03-01 08:05  

유엔 지재권기구 사무총장 선거 앞두고 미중 신경전
4∼5일 조정위서 내정자 선출…미 "지재권 존중해야" vs 중 "미, 정치 게임화"
중, WIPO 사무총장까지 배출하면 15개 전문기구 중 5개 차지…미국 추월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또 중국 출신이냐, 아니면 미국이 지지하는 제3국 출신이냐.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WIPO에 따르면 이 기구는 오는 4∼5일 조정위원회를 열고 차기 사무총장 내정자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WIPO는 국제 지식재산권 관련 26개 국제 조항을 관장하는 기구로, 국제 특허 출원 수수료 등으로 자체 수익을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유엔 산하 기구다.
더구나 최근 들어 지식재산권 문제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WIPO 사무총장은 중요한 자리로 꼽히고 있다.
호주 출신 프랜시스 거리 현 사무총장의 후임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6명이 입후보한 상태다.
당초 10명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중도에 아르헨티나와 에스토니아, 일본, 나이지리아 후보가 사퇴했다.
현재 경합을 벌이고 있는 후보는 왕빈잉 현 WIPO 사무차장(중국), 다렌 탕 싱가포르 특허청장(싱가포르), 에드워드 콰콰 WIPO 선임 국장(가나), 사울레 트레브레소바 유라시아 특허청장(카자흐스탄), 마르코 마티아스 알레만 WIPO 국장(콜롬비아), 이보 가글리우피 이에르체치 페루 IP 보호청장(페루) 등이다.


처음에는 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 회원국에 중국 지지를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등 로비를 벌이고 있다. 선진국 그룹은 탕 후보를 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지식재산권 침해로 악명 높은 중국이 WIPO까지 장악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미국은 WIPO 선거를 매우 매우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누가 당선되든 지식재산권과 해당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여기에 믿었던 아프리카 국가들마저 중국이 아닌 가나 후보를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이 반격에 나섰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중국 대표부의 천쉬 대사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미국을 맹비난했다.
천 대사는 "미국이 중소 국가들에 중국을 지지하지 말라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번 선거를 정치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며 "미국은 후보를 내지 않았으면서도 왕 후보를 막으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위원회 투표 결과 선출된 사무총장 내정자는 오는 5월 열리는 특별 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며, 9월부터 6년 임기를 시작한다.
특별 총회는 1967년 WIPO가 설립된 이후 사무총장 내정자를 줄곧 승인해왔다.
만일 이번에 중국 출신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은 유엔 산하 15개 전문 기구 중 5개를 차지하게 4개인 미국을 추월하게 된다.
중국은 현재까지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전기통신연합기구(ITU), 유엔산업개발기구(UNICO) 등 4개 기구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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