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위대에 권총 겨누기도…현장 취재하던 기자에 폭력 행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홍콩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됐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 프린스에드워드 지하철역 인근과 몽콕 지역에서는 경찰의 '8·31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돌,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경찰에 맞섰다.
밤늦게까지 충돌이 이어진 가운데 몽콕 지역에서는 시위대에 둘러싸인 경찰이 권총을 꺼내 시위대를 향해 겨누기도 했다.
전날 밤 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불법 집회, 공격용 무기 소지, 경찰관 공격, 방화 등의 혐의로 총 115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경찰은 현장을 취재하던 '입장신문' 기자가 'PRESS'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자의 헬멧과 마스크를 강제로 벗겨내기도 했다. 이에 입장신문은 홍콩 경찰에 엄중하게 항의했다.
홍콩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인 지난해 8월 3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으나,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를 불허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31일 수십만 명의 홍콩 시민은 이에 굴하지 않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송환법 반대와 직선제 쟁취 등을 외쳤다.
당시 경찰이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한 '프린스에드워드역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고, 홍콩 시위대는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매월 마지막 날에 프린스에드워드 역에 모여 추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홍콩 경찰은 지난달 28일 반중국 성향 신문인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 전 주석 융섬(楊森), 홍콩의 대표적인 노동단체 홍콩직공회연맹 주석 리척얀(李卓人) 등 3명을 8·31 불법 집회 참가 혐의로 체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시위가 잠잠해진 틈을 타 홍콩의 범민주 진영을 탄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초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홍콩 경찰은 지난 1월 19일까지 7천143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시위 현장에서 발사한 최루탄은 1만6천여발에 달하며, 실탄 19발도 발사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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