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성향 현 여당 2위로 밀려나…극우정당 약진도 주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인구 550만명의 동유럽 국가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우파 정당이 승리했다.
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치러진 총선의 개표가 거의 완료된 현재 야당인 중도우파 정당 '보통사람들과 독립적 인격'(OLaNO-NOVA·이하 보통사람들)이 25%를 득표해 제1당이 됐다.
확보한 의석수는 전체 150석 가운데 53석이다.
현 연립정부 소속 여당인 좌파 정당 '사회민주당'(Smer-SD)은 18.3%의 표를 얻어 3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2016년 총선 득표율 28.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반(反)이민주의'를 바탕으로 2006년 이래 상당 기간을 집권한 사회민주당은 총선 참패로 사실상 정권을 내놓게 됐다.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의 정치적 동맹인 '우리는 가족'(Sme Rodina)과 나치즘을 추종하는 '국민의당 우리 슬로바키아'(L'SNS)가 나란히 8%로 17석씩을 확보하는 등 극우 정당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밖에 친기업 성향의 '자유와 연대'(SaS)가 6.2%(13석), 안드레이 키스카 전 대통령이 설립한 '국민을 위하여'(Za ludi)가 5.8%(12석)를 각각 득표했다.
사회민주당이 주도하는 연정 소속인 민족주의 성향 '슬로바키아국민당'(SNS)과 헝가리계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정당은 한 석도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통사람들이 1당으로 올라섰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하면서 비슷한 성향의 우파 정당들과 연정 구성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협상 대상은 '자유와 연대' 및 '국민을 위하여' 등이다. 세 당의 의석수는 78석으로 과반을 살짝 넘는다.
극우정당 '우리는 가족' 역시 연정 협상에 참여할 잠재적 후보로 거론된다.
보통사람들 당대표인 이고르 마토비치(46)는 총선 승리가 확정된 뒤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슬로바키아 역대 최고의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연정이 구성될 경우 마토비치의 총리 지명이 유력시된다.
이번 총선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건 마토비치는 10년 넘게 장기 집권한 사회민주당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표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총선은 정치권의 부패 고리를 취재하던 잔 쿠치악 기자 피살 사건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로 주목받았다.
쿠치악 기자는 슬로바키아 정치권과 이탈리아 마피아 간 유착 의혹을 취재하던 중 2018년 2월 수도 브라티슬라바 근교 자택에서 약혼자와 함께 총에 맞아 숨졌다.
현지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사건은 유력 정치인들과 사법부, 경찰 등의 뇌물 사건으로 연결돼 대규모 부패 척결 시위를 촉발했다.
이 여파로 사회민주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작년 3월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진보 정당 소속 주자나 차푸토바에 참패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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