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내수 21.7%↓·해외판매 8.6%↓
코로나 장기화 가능성에 우려…생산차질·경기둔화 양방향 충격파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기자 = 국내 완성차 업계 2월 판매 실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1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판매 실적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신차를 앞세워 판매 회복을 노리던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 악재로 상반기는 물론 올해 전체 실적에까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일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GM)·르노삼성·쌍용차[003620] 발표에 따르면 2월 5개 업체의 국내외 완성차 판매는 50만5천212대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1.0% 감소했다.
지난달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겨 공장 대부분이 생산 차질을 빚었고 감염 우려로 영업도 부진하면서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5개사의 국내 판매는 8만1천722대로 작년 2월보다 21.7% 급감했고, 해외 판매도 42만3천490대로 8.6% 줄었다.
내수 급감이 두드러진 가운데 2월 내수 실적은 2009년 1월(7만3천537대) 이후 11년 1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005380]는 국내 판매가 3만9천290대, 해외 판매가 23만5천754대로 작년 2월보다 각각 26.4%, 10.2% 감소했다.
현대차 국내 판매가 4만대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12년 8월(3만5천950대) 이후 처음이다.
대부분 차종의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그랜저(하이브리드 모델 포함)가 7천550대 팔려나가며 전년보다 2.2% 감소해 그나마 가장 선방했다.
쏘나타(하이브리드 모델 포함 5천22대)가 11.6% 감소한 것을 비롯해, 아반떼(2천575대) -48.2%, 싼타페(2천978대) -57.6%, 팰리세이드(2천618대) -54.6% 등 주력 차종 대부분의 판매가 반토막 났다.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공급 차질로 대부분 공장이 1주일 안팎으로 문을 닫은 현대차는 국내공장 총생산 손실이 약 8만대라고 이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현대차 2월 해외 판매도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선 호조였지만 중국 시장이 위축되며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기아차[000270]는 2월 18만7천844대를 팔아 판매가 작년 동월보다 5.0% 줄었다.
국내 판매가 2만8천681대로 13.7% 감소했고, 해외 판매는 15만9천163대로 3.2% 줄었다.
기아차 내수 판매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2만5천184대) 이후 최소다.
기아차 내수 판매 1위에 오른 K5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0% 늘었지만, 전월보다는 46.0% 감소해 기대에 못 미쳤다.
승용 모델 판매는 작년 동월보다 9.5% 줄었고, 레저용차량(RV) 모델은 18.7%, 상용 모델은 11.6% 각각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중국 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해외 판매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2월 총 2만8천126대를 판매해 작년 동월 대비 14.0% 감소했다.
내수는 3.8%, 수출은 16.0% 감소해 수출 감소 폭이 더 컸다.
내수에선 쉐보레 스파크가 2천115대로 11.9% 감소했고, 말리부와 카마로도 각각 74.3%, 38.9% 급감했다.
연초 야심작으로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는 608대 판매되며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 공장이 중국산 부품 공급 문제와 설비 이슈로 며칠 휴업했고 2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다"며 "3월 판매 실적부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작년보다 39.8% 감소한 7천57대를 판매했다.
국내 판매는 25.4%, 수출은 50.2% 각각 줄었다.
르노삼성차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산공장이 지난달 11∼14일 휴업하는 등 생산과 판매에 모두 차질이 있었다.
국내 판매는 QM6가 2천622대로 15.0% 증가하며 선전했고, 최근 출시된 신차 XM3는 57대 판매되며 기대감을 키웠다. SM6는 731대 팔려 31.1% 감소했다.
닛산 로그 북미수출은 1천300대로 61.0% 줄었다.
쌍용차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가 작년 2월보다 25% 감소한 7천141대에 그쳤다.
내수는 5천100대로 32.7% 감소하고 수출은 2천41대로 7.3% 늘었다.
쌍용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부품(와이어링 하니스)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평택공장도 7일간 문을 닫아야 했으며, 국내 경제활동이 위축되며 자동차 시장도 침체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티볼리가 1천103대 판매되며 62.7% 급감했으나 코란도는 1천123대로 353% 늘었다.
G4 렉스턴은 국내 판매가 작년 동월보다 11.2% 줄었지만, 전월보다는 34.8% 늘었다.
코란도는 유럽 판매가 순조롭게 진행되며 827대가 수출됐다고 쌍용차는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코로나19가 해외에서도 확산하면서 영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생산 차질에 더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감소까지 본격화하면 자동차 산업이 양방향에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3∼6월 다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꺼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판매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수출도 미국과 유럽 부진이 예상되는 데다 변수로 꼽히던 중국마저 코로나19 악재가 끼어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부품업계도 하반기에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부품업체의 어려움이 다시 완성차 업계 위기로 번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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