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EU 지원 압박에 독일 등 EU 회원국들 강력반발
"에르도안-푸틴과 5일 회담…시리아 휴전 등 필요조치 기대"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안용수 기자 = 터키가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하며 EU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독일을 포함한 회원국들이 반발하면서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난민 문제는 일정 부분 유럽이 부담해야 한다"며 "난민에게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계속 열어 두겠다"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가 문을 열자 문을 닫으라는 전화가 여러 통 왔다"며 "나는 그들에게 '이미 끝났다. 문은 열렸고 이제 당신들은 짐을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도 "EU가 난민 문제에 대해 공정하게 부담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난민에게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줄 것"이라며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 행렬을 단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현재 터키가 EU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해서 터키와 그리스 국경으로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DW)가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터키 지원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에 난민 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터키의 결정으로 절박한 상태에 있는 난민이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면서 터키로 몰려든 난민들이 대거 터키와 국경을 접한 그리스를 포함한 EU 회원국으로 이동하지만 그리스는 난민 수용 거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도 "난민이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노리개가 돼서는 안된다"며 "난민을 이용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약 1만3천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한꺼번에 터키에서 그리스로 월경을 시도했으며, 그리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해 이들을 내쫓았다.
또 터키의 국경 개방 선언 이후 터키와 그리스 사이의 바다인 에게헤의 섬에도 추가로 1천명의 난민이 몰려들기도 했다.
지난 2015∼2016년 시리아 내전과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위협으로 1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자, EU와 터키는 난민 협정을 체결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에 자리 잡은 터키가 난민을 단속하는 대신 EU는 60억 유로(약 7조7천억원)를 지원하고 터키와의 EU 가입 협상에 속도를 내는 것이 협정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터키는 약 36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세계 최대 시리아 난민 수용국이 됐으나, 유럽 국가들이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력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사태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5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휴전 같은 필요한 조처를 하고 우리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터키와의 협력이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간 협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와 국경을 접한 이들립 주(州)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에 맞서온 반군의 거점이다.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와 정부군을 돕는 러시아는 2018년 9월 이들립 일대에서 휴전에 합의했으나, 정부군과 러시아는 지난해 초 옛 알카에다 세력이 이 지역을 장악하자 공격을 재개했다.
정부군이 반군을 터키 국경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정부군과 터키군 간 직접 교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지난달 터키군 50여명이 시리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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