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현상도 발생…"코로나19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뉴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두 명을 처음 발표한 뒤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는 등 시민들이 동요하자 침착할 것을 주문했다.
3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무하지르 에펜디 인적자원개발·문화조정장관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겁에 질리지 말고 침착하라.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말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필품 쇼핑을 비롯해 너무 과민반응하지 말라"며 "지금은 신중하고 침착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트라완 아구스 푸트란토 보건부 장관도 "코로나바이러스는 특별히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그것을 무섭게 만드는 것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0명인데 대해 "기도의 힘이다", "전능하신 분의 축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2일 기준으로 자카르타에서는 136명이 코로나19 관련 관찰 대상이었으나 115명은 건강한 것으로 판명됐고, 나머지 21명에 대한 관찰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전날 서자바 드폭에 사는 31세 여성 A씨와 64세 어머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현재 자카르타의 술리안티 사로소 종합병원에 치료 중이라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A씨가 지난달 14일 자카르타 끄망지역 남미식당에서 열린 댄스파티에서 일본인 여성 B씨와 어울린 뒤 이상증세를 보였고, 이후 모친과 함께 치료 중 말레이시아로부터 B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부는 이들과 같은 집에 사는 A씨의 자매와 가사도우미 등 두 명을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보건부 관계자는 "첫 확진자 주변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2월14일부터 14일 동안 감기나 폐렴 환자 증가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드폭시는 인도네시아인 모녀가 방문·입원했던 병원 의료진 73명을 관찰 중이고 이 가운데 40명이 감기·기침·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발표해 추가 감염자 발생 여부에 관심이 쏠려있다.
A씨·B씨와 함께 춤춘 모임의 구성원이 50명에 이른다는 현지 매체 보도도 있다.
현지인들은 그동안 '인구 2억7천만명의 인도네시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을 리 없다'고 정부 발표를 반신반의했지만, 실제로 확진자가 발표되자 충격이 상당했다.
한국인이 많이 모여 사는 끄망빌리지 등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감기약과 해열제 등 의약품은 물론 쌀과 물, 정육 제품,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물도코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역사회가 그런 과도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본적인 생필품을 충분히 조달할 능력이 있다"고 시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날 당장 자녀를 등교시킬지 고민에 빠졌고, 사재기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첫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보건부, 자카르타 주 정부가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사 증상이 있을 경우 자가격리하는 등 인니와 동포사회 불안감을 줄이도록 협조해달라"고 권고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대해 여행 자제 및 대구·경북지역 방문 금지만 권고했을 뿐, 입국 제한 조처를 내리지는 않았다.
한편, 재인니 한국 교민들은 대구·경북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