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매 매출 21% 급감…유명 식당 '점보'도 무기한 영업 중단
캐세이퍼시픽 항공편 75% 감축…"2003년 사스 때보다 심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 확산하면서 유통, 음식료, 항공업종 등 홍콩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에서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홍콩 내 확진자 수가 총 10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홍콩 경제가 받는 타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월 홍콩 소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1.4% 급감해 지난해 12월 19.4%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쌀, 화장지, 세정제 등의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면서 1월 슈퍼마켓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지만, 의류, 화장품, 보석 등 대부분의 소매업종은 심각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홍콩소매업협회는 올해 상반기 소매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0∼50%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했다.
소매 매출이 급감하면서 유통 분야 기업들은 감원, 종업원 무급휴가 등 비용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상당수 기업은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2월 하루 20만 명에 달했던 홍콩 방문 관광객이 지난달 3천 명으로 급감하면서 음식료업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을 대표하는 해산물 식당 중 하나이자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유명 식당 '점보 킹덤(珍寶)'은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976년 마카오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가 세운 이 해상 식당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방문할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타격을 견뎌내지 못했다.
관광객 급감 등으로 홍콩 항공사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예정했던 3월 항공편 중 75% 이상을 감축했으며, 전체 보유 항공기의 절반에 달하는 120대의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이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당시 항공편의 45%를 중단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경영난으로 인해 전체 2만5천여 명 캐세이퍼시픽 종업원 중 75%는 일정 기간 무급 휴가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 항공 전문가는 "코로나19 확산은 항공사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대비할 수도 없었던 사태"라며 "아무리 항공권 가격을 낮춰도 사람들이 여객기를 이용하지 않고 있어 항공사들은 전면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