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무 "수년간 눈감아…이제 책임질 때가 됐다"
터키, 지난달 28일부터 난민에 유럽행 국경 개방
그리스 국경에 난민 1만명 이상 몰려…그리스 경찰과 충돌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유럽 국가들이 터키의 국경 개방 조치에 반발하는 가운데 터키가 "유럽은 어떤 약속을 지켰는가"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럽연합(EU)은 터키에 한 약속 중 대체 어느 것을 지켰나. 약속한 60억 유로(약 8조원) 중 절반도 난민에게 지원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주의에 입각한 자발적 난민 수용은 시행되지 않았고, EU는 터키의 시리아 안전지대 계획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차우쇼을루 장관의 트윗은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마스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터키가 부담을 견뎌내고 있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터키는 EU와 합의한 의무를 계속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난민이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노리개가 돼서는 안된다"며 "난민을 이용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차우쇼을루 장관은 트위터에 독일어로 "우리는 자발적으로 (터키를) 떠나려는 사람에게 이곳에 머물라고 강요할 수 없다. 친애하는 하이코 마스. 당신은 지난 몇 년간 눈을 감아왔다. 이제 책임질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일 당신이 그리스 친구에게도 훈계한다면 당신의 지적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겠다"며 "그들(그리스)은 국경에서 난민들을 악랄하게 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리아 내전과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발호로 2015∼2016년 1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자 유럽 각국에서는 극우주의가 득세하고 중도 정부가 붕괴하는 등 정치·사회적 혼란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2016년 3월 이주민 대량 유입에 제동을 걸고자 터키와 난민송환협정(난민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터키는 난민의 유럽행을 차단하고 EU 국가에 도착한 난민을 터키로 송환해 수용하는 데 합의했다.
대신 EU는 총 60억 유로를 터키에 지원하고 터키에 수용된 난민 7만명가량을 EU 각국에 재정착시키는 한편, 터키에 무비자 입국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비자 등 합법적 서류 없이 EU 회원국의 국경에 도착한 인원은 난민협정 체결 전과 비교해 97% 감소했으며, 터키는 시리아 난민 360만명을 포함해 약 400만명의 난민을 수용하게 됐다.
그러나 터키는 EU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했다.
EU는 터키 정부에 직접 자금을 이전하는 대신 터키 체류 난민 지원 기구를 통해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을 택했고, 터키인에 대한 비자 면제도 이행되지 않았다.
그러자 터키는 지난달 28일부터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1만명 이상의 난민이 터키와 맞닿은 그리스 북동쪽 국경으로 몰려들어 그리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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