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 관건…야당 의원 "2009년에 비축한 마스크라도 풀어라"
후생성, 국민생활긴급안정조치법에 근거해 마스크 400만장 납품 지시
아베 "지금도 쓸 수 있을지 조사해보겠다"…의료·복지기관도 마스크 부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마스크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평소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이나 드럭스토어에서 일반적인 소비자가 마스크를 사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마스크가 없으면 본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요양시설이나 의료기관도 마스크 부족에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종사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일본개호크래프트유니언'이 일본 전국의 개호사업소를 대상으로 지난달 28일∼이달 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마스크가 이미 없다'고 답변한 사업소가 18.8%였다.
교토(京都)시의 한 의료기관의 경우 평소에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하루에 수차례 마스크를 교체해 착용했지만, 마스크 재고가 한 달 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하루에 한장으로 버티고 있다고 민영방송 TV 아사히(朝日)는 전했다.
마스크 등의 공급 상황에 관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토부(京都府) 소재 병원 약 90%가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반응했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福島)현 니혼마쓰(二本松)시에 있는 한 수영복 제조업체는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수영복 소재를 활용해 세탁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고 TV아사히는 소개했다.
마스크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민민주당 하마구치 마코토(浜口誠) 의원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당시 일본 정부가 비축한 마스크를 지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이나쓰 히사시(稻津久) 후생노동성 부(副)대신은 "이미 10년 이상 지나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없다"고 당시 마스크의 상황에 관해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긴급 상황이니 10년 전의 것이라도 사용하도록 지시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똑 부러지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있으면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인상을 나도 가지고 있다. 10년 전의 것이 지금 얼마나 있고 그것을 사용 가능한지 어떤지 한 번 더 후생노동성이 조사하도록 하고 싶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일본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이 확인된 홋카이도(北海道) 주민 등에 마스크를 배포하기 위해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예비비에서 22억8천500만엔(약 252억3천965만원)을 지출하기로 각의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국민생활긴급안정조치법에 근거해 국가가 일괄해서 제조업자로부터 사들인 마스크를 배포할 계획이다.
후생노동성은 이를 위해 가정용 마스크를 국가에 400만장을 매도하도록 이날 제조업체에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확보한 마스크는 홋카이도 기타미(北見)시와 나카후라노초(中富良野町)에 우선 배포된다.
예정대로 납품된다면 이달 6일 대상 지역에 가구당 40장 정도가 공급된다고 교도는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에 관해 "2월 중순부터 매주 1억매 이상 공급을 확보했다. 또 이번 달에는 월 생산 6억매를 넘는 규모로 공급이 확대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쿄의 드럭스토어 등에서는 개점 전에 1시간가량 기다린 소비자 중 일부만이 10개 미만의 소포장 마스크를 겨우 사는 상황 등이 벌어지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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