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신종 정적탄압…야권대표 일가족 은행계좌 동결

입력 2020-03-04 10:04   수정 2020-03-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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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신종 정적탄압…야권대표 일가족 은행계좌 동결
미국언론 "집권연장 헌법개정 투표 앞두고 길들이기"
나발니 타깃…연금생활 노부모·11살 아들 저축통장까지 압류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가족은 물론 노부모의 은행 계좌가 동결됐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발니는 이날 러시아 정부가 자신은 물론 11살짜리 아들의 저축통장 계좌까지 동결하고 잔고를 인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아들로부터 '누가 내가 저금한 3만 루블(한화 약 53만원)을 가져갔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올리며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유학 중인 딸은 아침을 사먹으려다가 계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부모님은 연금이 나오기 이틀 전 계좌가 막혔다고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매우 불쾌하다"면서 "우리 부모님은 연금생활자이고 노인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병에 걸려 약을 사야 할 수도 있고 그 외의 일도 있는데 이제 어떻게 하라는 거냐. 우리는 집세와 관리비는 또 어떻게 낸단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러시아 당국은 반(反) 푸틴 운동의 선두에 있는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을 지난해 외국 이익을 대행하는 기관으로 지정하고, 돈세탁 혐의를 씌워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전날에는 범죄자금이라며 나발니의 계좌에서 75만루블(1천344만원)을 인출했다.
나발니는 그러나 재단이 불법 세탁한 자금으로 운영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후원자들이 보내준 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야권에선 당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위협이 된다는 판단하에 나발니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 푸틴 인사로 유명한 영국의 투자전문가 빌 브라우더는 "푸틴이 두려워하면서 앙심을 품은 것"이라고 나발니 가족의 계좌를 동결한 이유를 해석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세계 최대 알루미늄 업체 루살의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이 나발니를 고소했으며 나발니는 이에 대해 불분명한 이유로 고소당했다고 주장했다.
WP는 나발니에 대한 이런 조치가 푸틴 대통령이 네 번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헌법 개정이 추진 중인 중요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개헌안 국민투표서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면 투표의 정통성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당국이 비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발니는 개헌안 추진에 대해 "푸틴이 다시 불안한가 보다. 걱정돼서 발을 동동 구른다"면서 "사람들은 이제 화도 안내고 개헌안을 비웃고 있다"고 조롱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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