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국 사죄론' 대두에 중국 여론 "사과할 필요 없다"

입력 2020-03-04 11:04   수정 2020-03-04 11:22

'코로나19 중국 사죄론' 대두에 중국 여론 "사과할 필요 없다"
군소 매체·큐레이팅 플랫폼서 '여론몰이'…"코로나19는 자연재해"
중국 CCTV 유명 앵커 "세계에 사과하자" 주장했다가 '뭇매'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발원지인 중국이 사과해야 한다는 '중국 사죄론'이 대두되자 중국 매체들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부분 인터넷 기반 중소 매체들을 통해 퍼지고 있는 이런 주장은 "중국이 발원지라는 증거가 없다"는 중국 최고 감염병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의 발언을 근거로 삼고 있다.
북경일보(北京日報) 시사평론란을 담당하는 중국 장안관찰(長安觀察)은 4일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중국이 바이러스를 세계에 퍼뜨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중국이 사과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장안관찰은 "코로나19는 자연재해일 뿐"이라며 "중국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우한(武漢) 시민의 희생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이어 "미국에서 시작돼 수많은 희생자를 낸 '스페인 독감'에 대해서 미국 역시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사과해야 할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돼 전 세계에 퍼지면서 2년간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앙급 독감을 말한다.
민족주의 성향을 자극하는 비슷한 내용의 뉴스는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필진이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같은 조직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같은 뉴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뉴스 큐레이팅 앱인 진르터우탸오는 편집자 없이 인공지능(AI) 엔진이 사용자의 기호에 맞춰 뉴스를 노출하는 서비스다.
주로 자극적인 사건·사고, 연예 뉴스 등을 다루며, 화제가 되는 뉴스를 통해 중국 내에서 가입자를 7억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중국 일부 누리꾼도 관련 뉴스를 공유하며 "중국이 사과할 필요 없다", "많은 질병의 근원이 외국에 있어도 사과를 하는 국가는 못 봤다" 등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이에 앞서 중국 유명 방송인은 지난달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에 사과하자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지난달 25일 관영중앙(CC)TV 유명 앵커이자 인터넷 스타인 추멍황(邱孟煌)이 웨이보에 이와 같은 주장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글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추멍황은 웨이보에 '우리는 말의 어조를 다소 온화하면서도 미안함을 담아서 하지만, 주눅이 들거나 우쭐거리지 않고, 마스크를 쓴 채 전세계를 향해 절을 하고 '미안합니다. 폐를 끼쳤습니다'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chin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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