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결집' 바이든 부활로 중도 경쟁서 패배…필승전략 차질
샌더스 어부지리 비판론도 부담…"내일 향후 진로 결정" 보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임주영 특파원 =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진로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14개 주에서 동시에 치러진 이번 경선은 블룸버그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지만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많다.
블룸버그는 14개 주 중 단 한 곳에서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14개 주와 별개로 미 본토가 아닌 미국령 사모아(대의원 6명 배정)에서 1위를 했지만 경선 판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날 경선의 선전 여부는 그의 특이한 선거운동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았다.
작년 상반기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른 주자와 달리 블룸버그는 작년 11월에야 출사표를 던졌다. 20명 넘게 난립한 민주당 주자 중 압도적인 인물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늦었지만 해볼 만한 승부라고 여긴 것이다.
특히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핵심 경쟁자로 봤다. 중도 주자 중 선두를 달리던 바이든만 꺾으면 중도 대표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여겼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뒤늦은 출마 탓에 1~4차 경선을 건너뛰고 5차 슈퍼화요일 경선부터 참여하는 비정상적 전략을 수립했다.
초반 전략은 주효하는 듯했다. 억만장자의 재력을 십분 활용해 광고에만 5억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었고, 서서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10%가 넘는 지지율을 올리는 등 상승세를 탔다.
또 바이든이 1~2차 경선에서 졸전을 펼치며 대세론이 무너지자 블룸버그가 중도 표심을 껴안을 대안으로 부상하는 듯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블룸버그의 대선 전략은 지난달 경선이 시작됐을 때 바이든의 지지가 무너질 것이라는 추측에 전적으로 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빗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첫 TV토론에서 '재앙'이라는 혹평을 받을 정도로 졸전을 펼쳐 큰 타격을 받았다.
바이든이 지난달 29일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압도적 1위에 오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자 블룸버그가 설 수 있는 공간은 협소해졌다.
더욱이 4차 경선 후 같은 중도 성향 주자인 '1~2차 돌풍의 주역'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중도 하차를 선언하며 바이든 지지를 선언해 버렸다.
이들이 '강성 진보' 버니 샌더스로는 대선 승리가 불투명하다며 '반(反) 샌더스 연대'를 구축한 것인데, 블룸버그 입장에서는 중도 표심이 바이든으로 쏠리는 '악재'를 만난 것이다.
AP는 블룸버그가 어렴풋한 '스포일러'로 비쳤다고 짚었다. 선거전에서 스포일러는 당선 가망성이 낮지만 유력 후보의 당선에 지장을 줄 득표는 할 수 있는 후보로, 바이든의 표를 갉아먹으면서 샌더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주는 주자라는 평가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블룸버그는 자신의 경선 첫 관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거전을 계속할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에 빠져든 형국이다.
AP통신은 경선 캠프와 가까운 인사를 인용해 캠프에서 경선 지속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블룸버그와 참모들이 4일 슈퍼화요일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회의를 열어 진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개표를 마치기도 전에 경선 포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룸버그가 바이든과의 중도 표를 분산 시켜 진보 성향의 샌더스가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는 민주당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사퇴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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