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자로 굽은 부분 6억~7억년 주기로 회전…'가이아' 관측자료로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리은하는 나선팔을 가진 일반적인 막대형 나선 은하와 달리 원반부 끝부분이 S자를 눕혀놓은 것처럼 한쪽은 위로, 다른 쪽은 아래로 완만하게 굽어있다.
이런 뒤틀림(warp)의 원인을 놓고 은하 간 자기장의 영향이라는 주장에서 은하를 감싼 암흑물질 헤일로(halo)의 불규칙한 중력 때문이라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설이 제기돼 왔지만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별의 정확한 위치와 지구와의 거리를 측정해 우리은하의 입체(3D) 별 지도를 만드는 중인 '가이아'(Gaia) 위성의 관측 자료를 토대로 이런 뒤틀림이 인근의 다른 왜소 은하와의 충돌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새로운 분석이 나왔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이탈리아 '토리노 천체물리학 천문대'의 엘로이사 포기오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가이아 위성의 2차 공개자료를 분석해 우리은하의 뒤틀린 부분이 은하 중심을 회전하는 속도를 계산하고, 이를 근거로 다른 은하와 충돌을 뒤틀림의 원인으로 추론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리은하의 뒤틀린 부분이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세차(歲差)운동을 하며 은하 중심을 돌고 있으며, 가이아 자료를 통해 얻은 속도로 계산할 때 약 6억~7억년의 회전 주기를 갖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별들이 회전하는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은하 간 자기장이나 암흑물질 헤일로의 중력 등 튀틀림의 원인을 분석한 다른 모델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태양의 우리은하 회전 주기는 약 2억2천만년이다.
우리은하 뒤틀림 부분의 회전과 가이아 위성 [ESA 제공]
연구팀은 우리은하의 뒤틀린 부분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데는 자기장이나 중력보다 더 강력한 무언가가 있으며, 주변의 왜소은하가 충돌하며 떠미는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은하가 이런 작용을 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최근에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만 추정되고 있다.
우리은하와 충돌 가능성이 큰 후보로는 '궁수자리 왜소 타원은하'가 꼽히고 있다. 우리은하와 가까이 붙어있는 이 은하는 과거에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우리은하의 은하면을 지나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궁수자리 은하가 궁극에는 우리은하에 흡수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과정이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궁수자리 은하가 우리은하 뒤틀림의 주범인지는 올해 말과 내년 하반기로 각각 예정된 가이아 위성의 3, 4차 자료 공개가 이뤄지고 추가연구가 진행돼야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우리은하 원반부 끝부분의 뒤틀림이 지구 생명체에는 감지할만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포기오 연구원은 "태양은 우리은하 중심에서 약 2만6천광년 떨어진 곳에 있어 뒤틀림의 진폭이 매우 작다"면서 "우리 계산으로는 뒤틀림의 진폭이 은하 중심에서 5만2천광년 이상 떨어진 외곽에서 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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