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딸 성추행 의혹에 앨런의 친아들도 아버지 책 출간 비난
직원들 항의표시로 '파업' 시위…출판사 "이른 시일 내 직원들과 협의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입양한 어린 딸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84)의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출판사 직원들이 단체로 반기를 들었다.
미국 뉴욕의 아셰트 북 그룹(Hachette Book Group) 직원들은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수양딸 딜런 패로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앨런의 회고록을 출간하기로 한 회사를 비난하며 파업 시위 중인 자신들의 사진을 게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당초 아셰트 북 그룹 산하 그랜드 센트럴 출판사는 다음 달 7일 '무(無)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신간을 출간할 계획이었다.
이 책은 "우디 앨런의 삶에 대한 포괄적 이야기"로 그의 작품활동을 포함해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다.
앨런의 친아들이자 의붓 여동생의 성추행 폭로에 대해 지지를 보내온 로넌 패로도 출판사가 팩트 체크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이 출판사에서 다른 책을 집필하는 동안 앨런의 회고록 출간 계약 사실을 숨겼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당시 로넌 패로가 작업 중이던 책 '캐치 앤 킬'(Catch and Kill)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사건을 기록한 내용으로 아버지 우디 앨런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었다.
로넌 패로는 출판사 아셰트에 보낸 편지에서 "당신(출판사)과 내가 '캐치 앤 킬'을 작업하고 있을 때, 당신은 비밀리에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의 책을 출간하려고 했었다"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넌 패로는 이어 "내 여동생 딜런은 우디 앨런에게 당한 학대 사건과 관련해 부정하거나 잘못된 묘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면서 "양심상 아셰트와 더는 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넌은 현재 해당 출판사와 관계를 끊은 상태다.
출판사 직원들은 트위터를 통해 딜런 패로와 그의 오빠 로넌 패로, 그리고 모든 성폭력 생존자들과 연대하겠다면서 목소리를 더했다.
인터넷매체 복스에 따르면 이들은 출간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3일부터 회사에 공식적인 대화를 신청했고, 급기야 이날 70여명의 직원들이 사무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섰다.
수습에 나선 아셰트 북 그룹은 성명을 통해 "이 책의 출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직원들의 시각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직원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디 앨런의 양녀였던 딜런 패로는 2014년 "일곱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패로는 "일곱살 때 아버지는 나를 어둡고 벽장처럼 생긴 다락으로 데려가 동생의 기차놀이 장난감 앞에 엎드리게 한 뒤 성추행했다. 그 이후로 장난감 기차를 보는 것이 괴롭다"고 털어놔 충격을 안겼다.
s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