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지서도 금요 대예배 2주째 중단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지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면서 강고한 이슬람 종교 예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이 지역 네티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낯선 사진이 게시됐다.
이들 사진엔 이슬람의 최고 성지인 메카의 대사원 정중앙에 있는 카바(육면체의 검은색 구조물로 전 세계 무슬림이 기도하는 방향) 주변이 텅 빈 모습이 담겼다.
카바는 신실한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한 번 직접 보기 원하는 성물이다.
메카에 성지순례 온 무슬림은 카바 주변을 돌면서(타와프) 순례를 시작한다. 성지순례객이 카바에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려 하기 때문에 평일에도 카바를 중심으로 한 여러 겹의 동심원을 이룬 순례객을 볼 수 있다.
메카 대사원이 이례적으로 비게 된 것은 사우디 당국이 코로나19가 중동 지역에 확산하자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외국인의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를 잠정 중단한 데 이어 4일엔 자국민의 메카 성지순례를 금지해서다.
사우디 당국은 현재 메카 대사원을 소독하고 있다.
메카 성지순례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에서 심각하게 확산했을 때도 중단되지 않았을 정도로 무슬림에겐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사우디 당국이 그만큼 이번 코로나19 전염을 심각하다고 판단하면서 강력하고 선제적인 예방 조처를 결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카 대사원의 성지순례가 일시 중단된 것은 1979년 11월20일 이슬람 원리주의의 한 교파인 와하비즘을 추종하는 무장조직 이크완이 2주 동안 이곳을 무력 점거한 때가 유일하다.
사우디에 못지않게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지키는 시아파 중심국 이란도 코로나19에 종교의식이 자리를 잠시 내줬다.
이란 정부는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최소화하려고 지난주에 이어 6일에도 전국 주요 도시에서 금요 대예배를 취소했다.
특히 시아파 이슬람의 주요 성지인 마슈하드와 곰에서조차 대예배를 2주 연속 취소한 것은 물론 성지순례지인 영묘 방문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라크에서는 시아파 이슬람의 영적 중심지인 카르발라를 비롯해 이란과 왕래가 잦은 북부 쿠르드자치지역에서 이날 금요 대예배가 취소됐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쿠란(이슬람 경전)을 2개 장까지만 암송하도록 제한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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