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D-2…상호 입국제한에 결과 '안갯속'

입력 2020-03-08 06:21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D-2…상호 입국제한에 결과 '안갯속'
日지적사항 해소했지만 코로나19 악재 속 양국 관계 다시 경직
10일 서울 회의는 영상으로 대체…"결과 예단하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지난해 말 수출규제 이후 이뤄진 첫 번째 만남이 상호 이해를 높이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3개월간 한일 실무진 간 소통도 꾸준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처를 하고 한국 또한 이에 상응하는 조치에 내놓으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8일 정부에 따르면 양국 수출관리당국은 10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영상회의로 개최한다. 지난해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7차 정책대화를 연지 약 3개월 만이다.
일본이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7차 정책대화에서는 양국 수출통제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양국은 수출관리제도 운용에 대해서 전문적 관점에서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며 "현재 국제적 안보 환경에서 앞으로도 각각 책임과 재량 아래 실효성 있는 수출관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규제 대상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해서 다소 완화된 정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수출규제는 큰 변화 없이 9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의 사유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개선책을 내놓았다.
2016년 이후 3년간 양국 간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개최되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은 한 달 새 7차와 8차 정책대화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이미 해소했다.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주장에는 수출통제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고 수출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외무역법 개정안을 마련해 대응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문제로 삼은 한국 수출통제 인력과 조직의 취약성과 관련해선 전략물자관리원의 인력을 14명(25%) 증원하고 산업부 내 무역안보 관련 조직도 '과(무역안보과)' 단위에서 '국 단위' 정규 조직으로 개편하고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처럼 일본이 제기한 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개선한 만큼 일본 역시 7월 1일 수출규제 이전으로 원상회복하는 것이 수순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일본 수출규제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규제조치의 원상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조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변수로 나타나면서 한국 정부의 의지가 이번 호의 결과에 반영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원래 양국은 서울에서 후속 만남을 약속했지만, 회의 예정일 나흘 전인 6일 영상회의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영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는지와 관련해선 "양측이 모두 합의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이기는 하나 영상회의로 전환한 데는 한일 입국제한 조치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이 한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사실상 격리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양국의 갈등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5일 오후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양국(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서 검역을 강화하고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일본 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조치는 9일 0시부터 시작하며 우선 3월 말까지 적용한다.
또 한국을 '감염증 위험정보 레벨2'로 지정하고 자국민에게 불필요한 한국 방문(여행)은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한국 외교당국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의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뒤 외교부는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처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밝혔다.
또 일본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23일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직전 극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한일 관계 역시 다시 경직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영상회의지만 예정된 대로 대화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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