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수출금지·전량수매 조치…공급량 늘려 최근 성인 주당 3매·아동 5매로 확대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일주일에 1인당 마스크 2매로 구매 제한,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판매 등 정부가 최근 마스크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대만이 약 한 달 전에 내놨던 마스크 정책과 닮은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대만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CDC)의 마스크 관련 초기 지침을 보면 대만에서는 이미 한 달 전부터 1인당 마스크 구매 제한을 했다.
지난달 4일 편의점에서 정부 수매 마스크 판매를 중단했으며 6일부터 전국 6천505개 약국·드러그스토어에서 일주일에 1인당 2매씩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했다. 16일부터는 303개 보건소도 판매처에 포함했다.
건강보험증에 해당하는 NHI 카드를 지참해야 하며, 가격은 10대만달러(약 398원)로 통일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것을 막기 위해 NHI 카드번호가 짝수로 끝나는 사람은 화·목·토요일, 홀수로 끝나는 사람은 월·수·금요일, 일요일에는 번호와 무관하게 구매를 허용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대책과 판박이다.
약국에서는 일주일에 1인당 2매 한도로 마스크를 판매하며, 신분증을 지참해야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했다. 마스크 가격은 1천500원으로 통일했다.
차이점은 대만의 경우 NHI 카드번호를 기준으로 구매 가능 요일을 달리한 홀짝제지만, 한국은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한 5부제라는 점이다.
월요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6년인 사람, 화요일에는 2·7년인 사람, 수요일에는 3·8년인 사람, 목요일에는 4·9년인 사람, 금요일에는 5·0년인 사람이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당초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한 홀짝제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국무회의를 거쳐 이를 5부제로 변경했다.
대리구매 허용 범위는 대만이 훨씬 폭넓다.
대만은 직장인의 경우에도 가족이나 친구에게 NHI 카드를 맡겨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당초 장애인을 제외하고 대리구매를 금지했지만, 8일 별도 브리핑을 열고 2010년 이전 출생아, 1940년 이후 출생한 노인에 대해서도 동거인의 대리구매를 허용했다.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도 대리구매 허용 대상이다.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이 대리구매 대상자의 출생연도에 맞춰 5부제에 해당하는 요일에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구매하면 된다.
대만은 마스크 정책과 관련해 단연 선제 정책을 편 국가로 꼽힌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인 1월 24일부터 마스크 수출을 중단했고, 1월 31일에는 국내 생산되는 마스크를 전량 구매했다.
일찌감치 마스크 구매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마스크 대란'을 막아낸 대만은 최근 들어 구매 한도를 늘리고, 홀짝제 제한도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13세 이하 아동에 대해 홀짝제를 폐지하고 NHI 카드번호와 무관하게 아무 때나 살 수 있도록 했다.
마스크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이달 5일부터는 성인은 일주일에 3매, 아동은 5매로 구매 한도를 늘리게 됐다.
대만의 마스크 생산량은 1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400만매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820만매(3월 2일)로 늘었다.
한국의 1일 생산량인 1천만매보다는 적지만 대만 인구(2천360만명)를 고려하면 1인당 돌아가는 물량은 훨씬 많은 셈이다.
한국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대만의 마스크 정책이나 캠페인도 주목할 만하다.
대만에서는 구글 지도상에 약국별로 성인과 아동용 마스크가 몇매씩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여러 종류 개발돼 있으며, 정부가 이를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약국마다 남은 재고를 몰라 사람들이 헛걸음하는 일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이 한 번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고 여러 약국을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재고를 알리는 약국 애플리케이션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3∼4일 만에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을 만들면서 아주 간단하게 만들었는데 편리성을 더 많이 요구하면 약사의 입력 부담이 높아질 수 있어 약국 사정까지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지난주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브리핑에서 대만의 '나는 괜찮다, 당신 먼저' 캠페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서 민간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 캠페인은 마스크를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따르면 9천500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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