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코로나 대책반 기업 건의 취합…마스크 부족에 계약도 줄취소
자금·방역용품·세제 지원,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 건의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이 집중된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는 근로자들이 쓸 마스크가 부족해 근로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경기도의 반도체 장비업체는 주문생산 방식 특성상 설계·사양 파악을 위해 현지 출장이 필수다. 1년에 300일 이상 직원들이 중국에 상주해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출장을 제대로 가지 못해 매출이 15% 이상 줄고 자금이 안 돌아 국내 40여개 협력사까지 어렵다고 밝혔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 '코로나19 대책반'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6일 기준 총 357건의 애로사항을 접수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 사태가 수출을 넘어 소상공인과 기업 존립 기반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가 취합해 전한 사례들을 보면 기업들은 매출 감소, 부품·원자재 수급 문제, 방역용품 부족 등 전방위로 타격을 보고 있다.
서울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는 중국여객 급감으로 중국노선 여객수를 77% 줄였다. 그 여파로 중국노선 71%가 축소됐고, 올해 2∼6월 국제선 매출타격이 3조7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협회는 밝혔다.
세계 각국의 한국발 여행객 입국제한으로 항공운항이 감소하며 수화물 운송까지 영향을 받아 기업들의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천의 건설자재 업체는 중국 칭다오 공장 파견직원이 자택격리 돼 공장운영 관리와 해외 영업에 어려움이 있다. 중국자재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데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관광산업 비중이 큰 지역들은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상의에 따르면 제주도 내 호텔, 관광지, 골프장 등 매출이 50% 감소하고 음식점 매출은 80% 급감했다. 호텔 예약률도 예년의 20% 수준에 그친다.
강원도의 놀이공원은 이달 들어 계약의 70%가 취소되며 매출이 30% 급감하면서 올해 인력충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 자금 지원(35.1%) ▲ 방역용품 지원(18.8%) ▲ 세제·세정 지원(13.4%) ▲ 고용유지 지원(10.9%) ▲ 규제완화(6.4%)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상의에 따르면 기업들은 근무 가능 인력을 모두 가동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 방식을 건별 인가에서 선제적 도입 방식으로 바꾸거나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경북의 한 전자업체는 "회사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다른 근로자들까지 격리하며 생산성 감소가 우려된다"며 "학교 개학연기로 가족돌봄 휴가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특별연장근로가 확대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코로나19 검역 강화로 사업장에 외근과 출장, 외부인 출입 등이 제한돼 있어 2주에 1회 주기인 대기오염물질 측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한시적 측정 의무 유예 요청이 나왔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피해 입증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지원이 절실한데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여럿 파악됐다.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부산 요식업체는 개학 연기로 3월 매출에 큰 타격이 있어 정부에 긴급경영자금 지원을 문의했다. 그러나 '매출이 없으면 기업활동이 없는 것이므로 자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며 피해를 입증하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서울 렌터카업체는 "업종 특성상 제1금융권 이용이 어려워 캐피털업체 대출로 차량을 구입하고 매달 상환하는데 코로나19로 수익이 전무해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금융지원 정책은 제1금융권에 국한돼 렌터카업체들은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기업들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한시가 급한데 절차와 기준이 복잡하면 체감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자금지원, 세제 감면, 각종 조사와 부담금 납부 이연 등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조치는 한 번에 묶어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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