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 계약파기·담합 움직임까지…서구는 미분양관리지역 탈출
규제 피한 이동 수요 당분간 이어질 듯, 단기 상승 경계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규제 무풍 지역인 인천의 아파트값이 최근 상승 폭을 키우면서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0.07%(3일), 0.11%(10일), 0.30%(17일), 0.40%(24일)로 상승률이 점점 높아진 데 이어 지난 2일(0.42%)에는 오름폭을 더 확대했다.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신설 호재가 있는 연수구가 송도동이 가파른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고, 서구·남동구 등도 덩달아 강세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서울 외곽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경기 남부의 '수용성'(수원·용인·성남)에 이어 규제가 덜하고 교통 호재가 많은 인천에 풍선효과가 번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송도가 상승 주도…조정대상지역 지정 가능성에 촉각
인천에서도 특히 송도는 풍선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꼽힌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더샵 그린워크 2차' 전용면적 84.8682㎡는 지난달 15일과 18일에 각각 6억원, 5억8천만원에 거래된 것이 같은 달 26일 6억2천만원까지 매매가격이 뛰었다.
이달 들어서는 같은 면적이 6억5천만원까지 올라 매매 계약됐다고 한다.
이 단지 안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대표는 "최근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거래가 많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번 주에 계약한 5건 모두 투자자들이 집도 보지 않고 샀다"고 전했다.
송도동 '롯데캐슬' 전용 84.9966㎡는 지난 4일과 5일 각각 5억5천만원(3층), 6억2천만원(4층)으로 가격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자는 "송도에 부동산만 400개가 넘는데, 현재 물건이 없어 투자자들이 묻지도 보지도 않고 산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주춤해도 여전히 매도 우위의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동 '호반1차(베르디움더퍼스트)'는 전용 63.9487㎡가 지난달 29일 4억5천만원, 4억8천만원에 거래된 이달 3일 4억9천만원으로 손바뀜했다.
이 지역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20일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후로 외지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와 물건이 소진됐다"며 "현재 매물이 대부분 5억원대에 나와 있는데, 코로나 영향 때문인지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송도국제도시 호반베르디움 3차 에듀시티' 전용 84.9128㎡는 지난 2일 6억954만원에 분양권 계약이 체결되며 분양가 대비 1억5천∼2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이 단지는 입주가 시작된 지난달 22일만 해도 해당 면적 분양권이 5억8천830만원에 거래됐었다.
이렇게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중개업소에 송도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묻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매도인들의 계약 파기나 담합 움직임도 감지된다.
송도동에서 영업하는 중개업소 직원은 "송도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커뮤니티에는 정부 규제를 의식해 집값이 올랐다는 말을 자제하자는 말도 오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계약을 파기하고 매수인에게 배액으로 1억원이 넘는 배상을 고려하는 매도인도 있다"며 "매도인들이 허위매물을 내놓고 서로 가격 담합을 벌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 교통 호재에 서구·남동구도 상승세, 분양 시장에도 군불
인천은 수인선 3단계 구간(수원∼한대앞),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랜드마크시티역, 인천 서구 석남동까지 이어지는 서울지하철 7호선 등 3개의 철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를 거쳐 경기 남양주(마석)까지 약 80.1㎞의 급행철도를 건설하는 GTX B노선은 2022년 착공 예정이다.
이런 교통 호재가 풍선효과에 더해 서구·남동구 등 그간 저평가된 인천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7호선 연장 호재가 있는 인천 서구 '청라제일풍경채2차 에듀앤파크'의 전용 84.939㎡는 지난달 29일 6억9천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지난달 1일 6억3천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천만원이 오른 셈이다.
GTX-B노선 예정지인 남동구 구월동 '구월힐스테이트 앤 롯데캐슬골드 1단지'의 전용 59.9㎡는 지난 4일 22층 물건이 4억2천만원에 매매 계약됐다. 지난달 22일 같은 면적 3층이 3억6천800만원(3층)에 팔린 것보다 5천200만원 상승한 것이다.
이 단지 안에서 영업하는 중개업소 사장은 "지난달부터 인천은 풍선효과에 더해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오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가격이 아직 싸고 서울과 가까운 비규제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 위축 속에서도 낮은 금리에 따른 유동 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이 국지적 풍선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규제를 피해 수요가 이동하는 패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통 호재에 따른 인천의 아파트값 상승은 분양 시장에도 불을 지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미분양 아파트가 2천600가구가 넘었던 인천 서구는 올해 1월 기준으로 미분양 물량이 411가구로 급감하면서 지난달 말 미분양관리지역에서 벗어났다.
서구에서도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쓴 검단신도시는 작년 말 무순위 청약을 통해 물량이 소진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 1월 분양한 '검단파라곤 센트럴파크'가 평균 8.6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하기도 했다. 청약자 수는 6천725명으로 검단신도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인천에는 봄 분양 성수기(3∼5월)에 1만4천가구가 넘는 분양 물량이 예정돼있다.
수도권에서 남은 비규제지역이 얼마 없고 시중에 부동자금도 풍부해 인천의 아파트값 상승과 분양 열기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시중의 갈 곳 없는 부동자금들이 특정 지역을 향해 게릴라식으로 이동하고, 선보다는 점으로 움직인다"며 "수도권에서 풍선효과가 일부 나타나지만, 그 효과가 장기화하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인천은 교통 호재를 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와 청약 호조세가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단기 상승에 그칠 수 있다"며 "인천은 전반적으로 수요보다 주택공급 물량 여유가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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