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아파트 경비업법 준수 계도…주택관리 업계 '비상'
"법원 판례 때문"…경찰-국토부 제도개선 방안 논의 착수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경찰이 6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 청소나 조경작업 등 다른 일을 하는 경우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혀 주택관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9일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작년 말 전국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올해 5월 31일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업자가 경비 업무에 대해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충남, 대전, 인천 등지 경찰서들이 최근 관할 구역 아파트 단지에 이와 같은 계고를 내렸다.
5월 31일까지 계도 기간을 준 것에 대해 주택관리 업계는 그 이후에는 아파트의 경비 운영이 경비업법을 위반하는지 경찰이 단속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찰의 계고는 두가지 내용이다.
아파트 관리 대행업체가 경비를 파견하려면 경비지도사를 선임하는 등 경비업법상 요건을 갖춰야 하고, 아파트 경비원에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경비업법상 아파트 경비는 은행이나 오피스 경비와 같이 '시설경비원'으로 분류된다.
아파트 경비는 법에 정해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나 재활용 쓰레기장 관리나 청소, 제초작업, 조경관리, 택배 처리, 때로는 주차대행 등 각종 부가적인 일을 하고 있다.
원래 법령이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경비 일만 하는 아파트 경비원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각종 허드렛일을 떠안고 있으면서 때로는 입주민의 각종 갑질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아파트 경비 업무가 노령층의 든든한 일터로 자리 잡은 것도 현실이다.
주택관리 업계는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시키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고령 경비원의 퇴출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경비원을 해고하면서 이를 전자경비시스템으로 대체하고, 경비원들이 해 온 나머지 다른 일은 별도의 용역을 고용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경찰청 해석대로 원칙대로 하면 고령 경비원의 고용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젊은 경비를 들이거나 전자경비로 대신하고 다른 일을 맡을 관리원을 채용하면 결국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로서도 현행법 위반 사안임에도 지금까지 현실을 감안해 개입을 보류해 왔으나 더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8년 말 내려진 법원 판결은 경찰이 더는 경비업법 위반 문제를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11월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고 아파트에 경비원 5명을 배치한 주택관리 업체 대표 등에 대해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경찰이 아파트 경비업체에 대해 경비업법 준수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경비 외 모든 업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주차 관리 업무는 경비업 영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불법주차 단속은 주차장 안전관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택배의 경우 택배 보관이 도난 방지를 위한 행위로 판단되면 허용될 수 있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단지에 무인택배함이 있음에도 경비원이 택배를 보관하면 곤란할 수 있다. 택배를 주민의 집까지 배달하는 행위는 명백히 경비 업무의 범위를 넘어선다.
국토부도 원만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경비원이 경비 외에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하려면 경비업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6월 이후 경찰이 실제 단속이 들어가면 주택시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의하고 같이 해결책을 논의 중"이라며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법원 판례 때문에 아파트 경비에 대해 경비업법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려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바로 시행할 경우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유예한 것이며, 그 전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국토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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