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의료 마비' 베네수엘라, 코로나19 대처 능력 우려

입력 2020-03-09 04:02  

경제난에 '의료 마비' 베네수엘라, 코로나19 대처 능력 우려
아직 확진자 보고없지만 의료체계 열악 '요주의'…물·전기공급도 불안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남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점차 확산하면서 의료 체계가 열악한 국가들의 감염병 대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오랜 경제난에 의료 시스템이 거의 마비된 데다 중남미 각국으로의 인구 이동이 많은 베네수엘라가 '요주의 국가'로 꼽힌다.
8일(현지시간) 현재 베네수엘라에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국경을 넓게 맞댄 콜롬비아와 브라질엔 확진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진 않았다.
지금까지 중남미 확진자가 대부분 유럽 등 외국을 다녀온 이들과 이들의 접촉자인데 베네수엘라는 유럽 국가들과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베네수엘라에 아직 환자가 없는 것이 그리 납득이 안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의 발표와 대처 능력에 신뢰를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항에 검역을 강화하고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원회가 어떤 이들로 이뤄지는지,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의료기관은 어디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고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는 보도했다.
의심환자 발표도 있었지만 다른 나라 보건 당국에 비해 공개하는 정보가 적었다.

외신들이 인용한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코로나19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오랜 경제난 속에 의료 체계가 열악해져 감염병은커녕 일상적인 진료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다국적 제약회사 절반이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고, 공공 의료인력의 25%가 민간으로 가거나 아예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장갑, 마스크 등 기본적인 도구는 물론 물과 전기 공급조차 안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3월 대정전으로 의료장비의 30% 이상이 망가졌다고 인포바에는 설명했다.
감염학자 훌리오 카스트로는 EFE통신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진단 팀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며 "인적 자원과 장비, 의약품, 정부, 감시 체계 등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이웃 국가들에도 걱정거리다. 베네수엘라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이민자들을 통한 타국 유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경우 베네수엘라에 확진자가 나오면 바로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범미보건기구(PAHO)는 이날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아이티, 수리남, 가이아나 등 의료 체계가 부실해 코로나19 위험이 큰 지역에 팀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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