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와 인력 부족에 손 씻기·기침 예절 등 기본 방역 강조
장기 요양시설에 250만명 거주…입소자 많은 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긴장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미국에서도 확산 조짐을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노년층에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요양 시설에 비상이 걸렸다.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국의 노인요양시설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체온계를 비축하고 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을 대비하면서 외부 방문자에 대한 선별 차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에서는 노년층 사망률이 매우 높았고, 유럽의 바이러스 진앙이 된 이탈리아에서도 사망자 100여명이 대부분 노년층이거나 기저 질환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졌다.
8일 현재 미국 사망자 21명 중에 최소한 16명이 시애틀 지역의 요양시설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애틀 타임스는 노인요양소와 은퇴자 커뮤니티에도 확진자가 한 명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노인이 많이 입소한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의 다른 요양 기관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의 장기 요양 시설에는 약 250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요양소 협회 측 관계자는 "80대 이상에서는 코로나19 치사율이 1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요양 시설에 대한 방역 점검에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확진자가 나왔거나 과거 검역 절차를 위반한 요양 시설은 선별해 관리토록 했다.
연방법에 따라 이미 요양 시설에는 감염 예방 전문가 채용이 의무화됐으며, 노인에게 치명적인 계절성 독감이나 질환을 막기 위해 대책을 수립해 놓는 시설도 많다.
그렇다고 해도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수준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데다 요양 시설들에서는 의료용 마스크나 가운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또 외부 방문자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추진하려고 해도 방문자들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서는 대부분 요양 시설이 손 씻기나 기침 예절과 같은 기본 예방책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비상식량을 비축해 놓거나,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직원을 상대로 가상훈련도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일부 가족들은 아예 노부모를 요양 시설에서 퇴소 시켜 가족과 함께 보내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앞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워싱턴주의 요양소에는 처음 바이러스 확진 당시 근무 중인 직원이 매우 부족했다고 첫 신고자 발언을 인용해 CNN이 보도했다.
커크랜드의 '라이프 케어 센터'에는 지난 3일 밤부터 4일 오전 사이 단 3명의 직원이 90명의 입소자를 돌봤으며, 직원들은 감염 위험이 높은 노인들을 돌보면서 적절한 보호 장구조차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직원들은 바이러스를 더욱 확산시킬 위험이 있는 백 밸브 마스크를 이용해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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